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산업계·학계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문가 10명 중 7명(76.7%)은 현재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로 봤다.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현재 상황을 위기 상황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58.6%가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4%,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3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도 반도체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을 차례로 꼽았다.
칩4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프렌드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칩4 참여에 대해서는 긍정·부정 평가가 혼재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보다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