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역대급 태풍으로 알려진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 소식에 자동차 오너들의 긴장감 역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초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오너들이 차량 침수 피해를 당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지난달 8일부터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해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자동차가 속출했다. 피해 차량 건수는 1만 건에 육박하며, 추정 손해액 역시 14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 3대 중 1대는 수입차일 정도로 비중이 높아 피해가 더욱 컸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태풍 힌남노는 지난 2003년 한반도를 휩쓴 '매미' 수준의 역대급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600mm 물폭탄과 함께 초속 45m가 넘는 강풍이 예상되면서 자동차 전복 사고 등 위험 요소가 따르고 있다.
태풍 속에는 운전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최선이지만, 생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오너들이 대다수다. 이에 태풍 속 안전 운전 방법과 차량 침수 시 대처 및 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태풍 속 운전, 50% 감속 운전
업계에 따르면 태풍에는 주행속도에 따라 횡풍과 풍력으로 접지력이 약해지면서 차선 이탈이나 중앙선 침범 등 추돌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시속 120㎞ 주행 시 초속 35m의 강풍에 승용차는 1.2m, 버스는 6.5m 정도 주행 경로를 이탈한다.
태풍으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강한 비바람 영향이다. 제동거리도 평상시보다 1.8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50%까지 감속 운전을 해야 한다.
대형 화물차는 제동거리도 길고 빗길 전복사고의 위험도 크기 때문에 대형차를 바람막이처럼 앞에 두고 가면 안전하다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다. 지정차로를 이용하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태풍의 힘이 강하고 횡풍이 심한 교량 위, 해일, 낙석 등 위험성이 많은 터널 부근, 산 절개지와 강 주변, 해안 도로는 통제구간을 확인하고 가급적 우회한다.
태풍 영향권 아래에선 시야가 제한된다. 1차로 주행을 피하고 앞차와 거리도 평소의 2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급제동, 급가속, 급핸들 조작은 피하고 낮에도 전조등을 미리 켜고 비상등은 후행 차량을 위해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도로변 간판등이 추락하거나 도로시설이 쓰러지는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간판이 많은 상가 건물 주변이나 불법 주차를 피해야 한다.
보험 불이익도 고려해 공영주차장이나 안전장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탄천 주변을 피해 고지대에 주차해야 하며 붕괴 우려가 있는 담장이나, 대형 간판, 큰 나무 아래와 같은 장소도 위험하다.
고속도로 위험지역에는 방풍벽이 설치돼 있다. 강풍 주의 표지판, 가변 정보판, 풍향 풍속측정기와 바람 자루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여 강풍으로 인한 안전 및 주위를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
강풍 주의 표지판과 전광판을 통한 풍속 및 감속 안내에 따라 안전 운전을 한다. 긴 다리 교량과 터널 부근은 횡풍으로 인해 차가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현상이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한 손보다는 양손으로 운전하면서 속도를 줄여 통과한다.
◆차량 침수 시 대피부터
차량이 침수됐을 경우 타이어 절반 아래로 잠기는 물가는 제동 없이 저속으로 통과해야 한다.
이때 에어컨 가동은 멈추는 것이 좋다. 물이 타이어 절반 이상까지 차오르는 곳은 주행하지 말아야 한다.
침수 구간을 통과한 뒤에는 서행하면서 브레이크를 여러 번 가볍게 작동시켜 브레이크 라이닝의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침수 지대에서 시동이 꺼진다면 다시 시동을 켜지 말고 대피해야 한다. 침수 후 엔진을 켜면 엔진과 주요 부품에 물이 들어가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물에 잠긴다면 시동을 끄고 대피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전기차가 침수돼도 감전 위험은 낮다.
전기차는 침수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고, 기밀 및 방수기능으로 밀폐돼 있어 순식간에 감전되거나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장치에는 수분감지 센서가 있어 물이 스며들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한다. 다만 배터리를 직접 만져서는 안 된다.
경유차의 경우 의무 부착된 DPF(매연포집필터)을 점검해야 한다. 차량 하부가 부분 침수됐다면 'DPF 클리닝'을 해야 한다. 오물 등의 유입으로 DPF가 파손되면 미세먼지 저감 성능이 떨어지고, 이후 수백만 원 교체 비용이 들 수 있다.
물폭탄을 맞은 침수차는 반드시 빠른 점검이 필요하다. 만약 생각보다 고비용 견적서가 나오면 두 군데 이상의 정비업소를 들러 견적을 확인한 뒤 결정하고 정비 내역서와 관련 영수증을 보관하면 보증수리도 가능하다.
오일류와 냉각수, 연료를 모두 1~2회 교환하는 것이 좋다. 각종 배선은 커넥터를 분리한 뒤 깨끗이 씻은 후 말려서 윤활제를 뿌려줘야 한다. 침수의 가장 큰 후유증인 차량 부식을 막기 위해서 건조 후 코팅 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에어컨 필터와 에어클리너는 장마철 습기에 찌들면 성능이 떨어지므로 가급적 교환하는 걸 추천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최고 가혹 조건인 태풍은 중앙선 침범, 전도·전복의 사고 위험성으로 가벼운 사고도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연계 위험성이 크다"며 "위험한 태풍 상황에서 안전한 주행법을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