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번 사고는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회사의 이윤을 더 중시한 참혹한 결과입니다. 더 이상 노동자가 일을 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를 열었다. 이날 공동행동 측은 SPC 그룹 차원에서 책임 있는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공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 작업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회사 측의 사고예방 등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는 A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으나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났고,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행동 측은 이 사고를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한 사측이 안전 장치와 교육 등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아 일어난 ‘산업재해’로 규탄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과 더불어 현재 작업 속도를 줄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공동행동 상임대표는 “노동자가 안전 조치 없는 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 사회의 비정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사고 이튿날에도 사고를 목격했던 동료들을 흰 천으로 가려진 사고 현장 옆에서 일을 하게끔 했다. 이게 기업이 해야 할 일인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는 회사가 노동자를 감정이 없는 기계로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생산과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의 안전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전 의원도 현장을 찾아 사망자를 추모하고 SP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을 만났을 당시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빵’이 노동자들의 눈물젖은 빵임을 알게 됐다”며 “SPC 계열사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안전 예방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역시 반복되는 사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안전장치를 작업 능률을 위해 제거해놓고, 사고가 나면 사람들을 질책해 왔다”며 “회사 측의 올바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도 안전 문제와 더불어 노동자들의 빠른 작업 속도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안전 장치 등 작업 속도에 지장이 있는 것들은 대부분 제거된다고 보면 된다”며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가 여유로워져야 한다. 속도 좀 줄이고 여유를 가지면 사고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지점이 많아지고 물량이 많이 들어오면 공장 작업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근로는 힘들게 하면 할수록 사람이 다치게 되어 있다. 안전 장치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여유있게 일할 수 있는 작업공간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SPL 제빵 공장은 지상 1~4층, 3개동 규모의 사업장이며, 상시근로자수는 협력사 8명을 포함해 1315명에 달한다.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강동석 SPL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날 SPC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소재 SPC 로지스틱스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민주당 환경노동위원들은 현장점검을 실시한 뒤 "SPC가 개당 30만원에 불과한 인터록(안전중단장치)을 설치하지 않아 청년 근로자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안타까워하며 탄식했다.
강동석 대표이사는 의원들이 사건 경위를 묻자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고다 보니 이 사고가 왜 났을지 저희도 의문이 있고 현재 조사하고 있다"며 "같이 근무하던 근로자가 자리를 비운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추측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오는 24일에 있을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SPC 근로자 사망사고를 비롯해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