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정책 향배를 결정지을 중간선거가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 기업이 숨을 죽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한 쪽도 힘의 절대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계는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개표 3일째인 이날 하원의회는 공화당이 다소 우세하고 상원의회는 초박빙 양상이다. 그러나 상·하원 모두 아직까지 어느 쪽도 과반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하원 의원 전체(435석), 상원 의원 100석 중 3분의 1인 34석, 주지사 50석 중 3분의 2인 34석, 수도 워싱턴 D.C 시장, 각 주별 국무장관 등을 뽑는 대규모 선거다. 권력 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만큼 현직 대통령의 무덤, 심판대로도 불린다.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 기준 하원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192석, 공화당이 209석을 따냈다. 현재까지는 과반(218석)을 획득한 정당이 없다. 상원은 각각 48석 대 49석으로 공화당이 1석 앞서 있지만 마찬가지다. 주지사는 22대 24로 공화당이 약간 우위다. 나머지는 개표가 진행 중이거나 결선 투표까지 가야 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선거 결과를 속단하지 않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수당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교체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상원의 권한이 막강하다.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한다고 해서 미국의 기조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쪽이 주도권을 쥐지는 못하지만 다른 한쪽이 힘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있는 지형이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년여 간 기후 변화 대응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명분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경제 상황이나 환경·사회적 지향점은 달라졌지만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태도는 같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법)'이 대표적이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고, 배터리 역시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광물을 조달해야 한다는 제한을 걸었다. 반도체법은 중국으로의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규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관련 산업과 관련해서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분야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4일 대만 디지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와 소재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삼성과 LG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를 늦춰 줄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전기차·배터리·반도체 사례에 비춰 보면 마냥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핵심은 생산시설을 포함한 공급망 중심을 미국에 두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예정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州)에 전기차 공장을 착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북미 배터리 공장 신·증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대규모로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없지만 미국이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을 향해서도 자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이 주도권을 쥔 산업 전반으로 자국 우선주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