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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행사 앞 길바닥에서 밥 먹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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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행사 앞 길바닥에서 밥 먹는 청년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종형 기자
2022-11-21 14:01:36
나흘간 18만4000명 다녀간 지스타, 청년들 행사장 앞 노상에서 식사하기도 게임, 단순한 놀이 아니라 문화化...이용자 열정으로 '영향력' 갖춰 규제기관 문제는 게임 인식 부정적·몰이해에서 불거졌을 것...덩치에 걸맞는 자세 갖추길

지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 둘째날 관람객들이 행사장 앞 광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종형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90년대 생들에게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문화 자체였다. 이들은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대중화 시절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게임 속에서 또 만났다. 단어 자체는 최근 나왔지만 메타버스를 이미 체험한 것 아닌가 한다.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은 계셨지만 게임을 안 해본 친구는 없었다.

10대부터 20대, 소위 '요즘 애들'과 게임은 더 가깝다. 데이트를 PC방에서 한다거나 카페에서 모바일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것은 다반사다. 게임과 함께 게임 얘기를 폭넓게 나눌 커뮤니티 문화도 커졌다. 여러 부작용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취미를 나누는 곳이다. 커뮤니티에는 요즘 애들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사회적관계망(SNS)과 함께 커뮤니티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표심(票心)을 좌우할만한 영향력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지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 둘째날 관람객들이 행사장 앞 광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종형 기자]]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에는 총 18만4000명이 다녀갔다. 지난 10월 있던 사고로 안전 우려가 나왔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18일 점심시간 벡스코 앞 광장에 수백명 청년들이 둘러앉아 샌드위치나 푸드트럭 음식을 먹고 있는 걸 봤다. 점심시간에도 "다음에는 어디 갈까", "이제 30분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등 기대에 찬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누가 돈을 주면서 시켜도 이런 열정은 나오기 어렵다.

게임의 문화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법도 하다. 부산의 한 어르신은 눈이 볼까지 내려오는 얼굴에 현실에는 없을 법한 몸매를 가진 미소녀 캐릭터에 열광하는 세태를 보고 "나라가 망조"라고 했다. 아마 어르신께서는 국내 게임 시장이 2020년 기준 18조8855억원이 넘는 덩치를 가졌고, 같은해 9조6688억원 외화를 벌어왔다는 것은 모르셨을 것이다.
 

전직 프로게이머 임요환 씨가 2010년 tvN 특집 다큐멘터리 '임요환의 날개' 방송에서 게임과 팬의 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게임 이용자, 즉 게이머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이 뭉치면 여론이 되고 문화가 된다. 기성세대도 알고 있을 전직 프로게이머 임요환 씨는 과거 한 방송에서 "게임을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건 많은 팬들이 모였기 때문이지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게임이 문화로 바뀌는 건 아니다. 그게 팬들이 가진 힘"이라고 했다.

유통 게임 등급을 매기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같은 점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곧 다수 위원들이 바뀐다곤 하지만, 현재는 게임을 즐기고 있거나 개발에까지 참여한 위원은 극소수고 다수는 게임의 문화화에 부정적이거나 이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길거리에서 밥을 먹는 열정, 모여서 문화를 만드는 영향력을 무시한 채 모종의 이권이나 출세로의 단계쯤으로 자리를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일 진행된 게임물관리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종형 기자]


그런 인식에서 "게이머는 비사회인", "스팀(글로벌 게임 플랫폼)은 골칫거리"라는 등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나왔을 것이다. 게임 분류 과정에서의 형평성·투명성·전문성 상실, 민원인 출입금지, 사행성 의심 게임 등급분류, 수십억 용역사업 횡령 의혹, 사무실 PC 가상자산 채굴 등 몇달새 불거진 각종 문제들도 결국 게이머에 대한 인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이 끝난 뒤 세대별 득표율을 분석한 언론·학계에서는 "청년들은 공정이 제1 가치"라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 타협을 많이 한다곤 하지만 공정이 잘못된 가치라고 생각할 정도로 바뀌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임산업은 그동안 열정으로 커왔다. 규제기관도 덩치에 걸맞는 차림새를 갖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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