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다수 외신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12월 정례회의에서 ESG 국제 공시 기준이 공표된 이후 1년간 기업들의 스코프 3 공개 의무를 보류하는 데 합의했다. 기업의 비재무적인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평가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스코프 3는 스코프 1·2와 함께 탄소중립 관련 GHG 프로토콜(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스코프 1과 스코프 2는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의미한다. 공장을 가동할 때 나오는 매연처럼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것은 스코프 1이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기처럼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스코프 2로 본다.
반면 스코프 3는 협력사 등 해당 기업 이외의 공급망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을 의미한다. 스코프 1·2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추적·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정보 공개시 신뢰성과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그린 워싱 가능성도 제기됐다. ISSB가 환경 보호 차원에서 스코프 3 배출량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할 당시 각국 기업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SG 국제 공시 기준은 이르면 내년 초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스코프 3 공개 의무가 유예된 만큼 기업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공시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인 만큼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ISSB 이사회는 스코프 2 배출 관련 에너지 구매 관리 관련 계약 문서에 대한 정보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SSB에서 만들고 있는 ESG 공시 기준은 향후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간 우후죽순 존재했던 ESG 평가 기준이 획일화될 수 있어 효율적인 기업 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해당 공시 기준을 모두 준수했을 때 발생할 기업의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ISSB는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지난해 11월 설립한 기관으로, ESG의 국제 표준 격인 'IFRS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 제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IFRS S1(일반 공시)와 IFRS S2(기후 관련 공시) 등 IFRS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공개한 뒤 전 세계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당초 올해 말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세부 내용을 다듬은 다음 내년에 확정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