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수장이 된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지난 1986년 이후 35년간 지켜온 쌍용차의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득보다 실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곽재선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쌍용차의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이날 기아의 성공 사례를 들어 사명 변경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그는 "송호성 사장이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변경한 게 혁신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아는 1952년 탄생해 70년간 이어온 기아라는 브랜드 자체를 버리진 않았다. 자동차 외에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명에서 자동차만 뗐을 뿐이다.
곽 회장의 사명 변경 선택이 엄청난 모험인 이유는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까지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쌍용차를 모르는 국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강력하다. 비록 지난 35년간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위기가 수차례 있었지만 '무쏘'와 '코란도' 등 전설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들어낸 쌍용차는 그 이름 자체가 'SUV 명가'라는 상징성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해외 시장이다. 쌍용차는 오랜 시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신형 SUV '토레스'가 인기를 얻으며 수출이 살아나는 가운데 KG모빌리티라는 생소한 이름을 달게 된다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 내부 여론도 사명 변경을 반대하는 여론이 다소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영업직 직원 A씨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쌍용차 직원으로 일하면서 쌍용차라는 이름에 자부심이 생겼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겠다는 회장님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곽 회장은 지금껏 인수한 기업 그룹명을 살리기 보다 KG를 붙이며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왔다. 쌍용차를 KG모빌리티로 교체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며 "다만 과감하면서도 다소 무모한 이번 선택이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걱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