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올해도 미국(1486곳) 다음으로 많은 598곳이 CES에 참가했다. 삼성·SK·LG 같은 대기업 이외에도 35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부스를 차렸다. 주요 계열사가 총출동한 SK그룹은 전시 기간 3만 명이 넘는 구름 인파를 모으며 대흥행에 성공했다.
수많은 기업이 뜨겁게 달군 해외 무대와 달리 안방은 차갑기만 하다. 국내에서도 매년 수많은 전시·박람회가 열리지만 국제적 규모로 내세우기엔 민망하다. 기업은 선뜻 참가를 꺼리고 이는 콘텐츠 부족으로 이어진다. 볼거리가 마땅찮으니 관람객은 발길을 돌린다. 한 명이라도 더 모으려 낮은 입장료를 책정하고 무료입장 기간을 늘린 통에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수도권과 부산에서는 모빌리티와 관련한 국제 박람회 2개가 열렸다. H2 밋(MEET, 옛 수소모빌리티쇼)과 부산국제모터쇼가 그것이다.
H2 밋은 수소연료전지, 수소 충전 등 대안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를 주제로 열렸으나 수소 산업에 대한 대중의 낮은 관심만 보여줬다. CES가 가전제품을 넘어 탈(脫)탄소·소재 등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계층을 불러 모은 것과는 대비된다. H2 밋은 처음과 달리 수소 모빌리티에서 수소 산업 전반으로 범위를 확장했으나 여전히 흥행은 고민거리다.
부산국제모터쇼는 국내 모터쇼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는 독일 BMW그룹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불참했고 국내 업체 중에도 현대차그룹과 르노코리아만 부스를 차렸다. 부산에 공장을 둔 르노코리아마저도 비용 문제로 고심하다 막판에 '결단'을 내렸다. 모터쇼 인기 하락이 세계적 추세라지만 굵직한 업체의 잇단 불참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외국인 관람객 유치 어려움, 유럽·미국 대비 적은 인구로 인한 작은 내수시장은 어쩔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그러나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정도는 터뜨릴 만한 대책이 안 보이는 점은 아쉽다. 정부가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 산업 육성을 내건 만큼 국내 기업이 안방을 소홀히 여기지 않도록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