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그룹 경영진들이 새해 초부터 어려운 대외환경 타개를 위한 글로벌 현장경영을 이어간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개최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 이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외연 확대에 나선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대부분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보스포럼은 각국 주요 인사들이 세계 주요 현안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미팅 등을 갖는 자리다. 산업 발전 방향과 정치 현안까지 논의해 각국 수반이나 기업 총수 등이 다수 참가한다.
앞서 폐막한 CES 2023에는 최태원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총수진 일부만 참석했다. 3년 만에 현장 전시가 재개된 이번 CES에서는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 업체가 대거 빠져나갔지만, 초연결(삼성전자)·고객가치(LG전자)·탄소중립(SK, HD현대) 등을 내건 우리 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수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구조물을 선보여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고, SK는 그룹 내 8개사 합동 전시관으로 탄소중립 비전을 제시했다. HD현대도 '오션 트랜스포메이션(대전환)'이라는 가치로 관람객들에게 미래 해상 모빌리티 구상을 선보였다. 전시회에는 주요 그룹 외에도 350여 개 국내 업체가 참석해 100여 개가 넘는 기업들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CES 2023에는 국내 대기업 총수진 일부만 참석했지만, 다보스포럼에는 4대 그룹은 물론 주요 기업 총수 다수가 현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주요 참석자로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수들이 거론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출장에 이어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를 둘러보는 등 해외 현장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CES 2023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략적 자산'까지 거론되는 반도체 주요 생산기업인 만큼 다보스포럼에서 향후 공정 확장이나 생산 방향 등과 관련한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태원 회장은 CES 2023에 역대 최초로 직접 참석한 데 이어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해외 출장 행보를 지속한다. SK그룹이 WEF 회원인 만큼 최 회장은 다보스 포럼에 매년 참석하는 '단골'로 꼽힌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의 밤' 행사를 준비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ES에서도 직접 참가 기업 부스를 오가며 탄소중립과 신기술에 대해 관심을 내비친 만큼 부산엑스포 홍보활동 외 전 세계 탄소감축과 관련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도 보인다.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CES에는 불참했지만 다보스 포럼에는 참석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만큼 관련 홍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가간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포럼에 참석하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경영진과 함께 어떻게 위기에 대응할지 복합적인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회장 역시 가전시장 수요 위축이 당장 위기로 다가온 만큼 인적 네트워크 확장과 글로벌 판로 개척에 나설 전망이다. 이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도 스위스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들이 다보스포럼에 '총출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포럼이 전 세계 기업인 및 지식인들이 교류하는 장인 만큼 경제·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지만 이번처럼 주요 기업 경영진 대부분이 참가하는 것은 부산엑스포 유치 노력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엑스포는 오는 2030년 개최될 예정으로 올해 1분기(1~3월) 중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를 거친 뒤 오는 11월 이후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부산엑스포 유치에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재계 인사들도 포럼 기간 중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다보스포럼은 윤석열 정부에도 뜻깊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다보스포럼 참석을 예고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이 참석을 제안하자 "반드시 참석하겠다"는 답을 내놨던 바 있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만큼 윤 대통령이 새해를 시작하며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경제'에 대한 해법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이번 다보스포럼 참석 등을 위한 순방 콘셉트도 '전방위적인 경제 협력'으로 제시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0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오는 14~19일 순방길 세 가지 키워드는 UAE, 투자 유치, 글로벌 연대"라며 "다보스에서는 글로벌 CEO 오찬 행사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투자 환경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인텔, IBM, 퀄컴, JP모건, 소니 등에서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