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대규모 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가 축소되고 중소·중견기업 상속공제 한도가 늘어나는 등 규제가 완화된다. 가업 승계 부담이 줄어들지 기대되는 한편 주요 기업의 오너 3·4세 경영권 승계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5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기업 승계와 연관된 제도가 일부 바뀐다. 정부는 이날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통해 주요 변경 내용을 소개했다.
우선 대기업 총수 친족 범위가 기존 혈족 6촌 또는 인척 4촌에서 혈족 4촌 또는 인척 3촌 이내로 줄어든다. 총수와 6촌 관계인 △부모의 4촌 형제의 자녀 △조부모의 4촌 형제 등을 친족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그러나 총수가 혼인하지 않고 낳은 자녀의 생부 또는 생모는 친족에 새롭게 포함됐다.
지난해 5월 기준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은 66곳이다. 이들 기업집단 총수의 친족 수는 1만26명이었으나 5059명으로 절반가량 줄게 됐다.
이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 대상도 감소할 전망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총수와 친족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합쳐 30%가 넘으면 해당 기업을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아 계열사 간 내부 거래가 어려워진다.
최근 재계에서는 오너 3·4세가 활발히 경영에 진출하고 있다. 지주회사 또는 계열사 지분 확보가 중대 사안으로 떠올랐는데, 친족 범위 확대가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지분을 확보할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
그간 많은 기업집단에서 내부 거래를 통해 계열사 실적을 높이고 배당을 확대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했으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규제 개선으로 대기업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도 쉬워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에 적용되는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최대 600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 경영자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납부하는 세금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기업은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으로 각각 공제 한도가 확대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도 매출 4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5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늘어난다. 또한 공제를 받으려면 최대주주이면서 지분 50%(상장법인 3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지분 40%(상장법인 2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면 된다.
가업 승계 때 상속·증여세 납부 기한을 늦출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된다. 가업을 승계한 상속인 또는 피상속인이 주식을 상속 또는 증여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어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