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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조선 3사, LNG선 수주 '순항'...친환경 '자체기술 표준화'로 수익 개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종형 기자
2023-01-26 00:00:00

조선 3사 수주 잔고 증가로 협상력 높아져...기술 국산화 추진

수주 잔고 2026년 인도분까지 꽉 차...부가가치 높은 선별 수주로 수익 개선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이 국내 조선사 주력 선종인 LNG선과 관련한 기술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한국조선해양에서 건조한 LNG선[사진=한국조선해양]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조선업계가 국산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래 선박시장 선점에 나선다. 강점이 뚜렷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를 기반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면서 수익성과 실적 모두 청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현대·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최근 수주 잔고 증가로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선주들에게 자체 개발한 기술로 기술 표준 변경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해외 기업들에게 사용료 개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에너지 제어 및 동력, 연료저감기술 국산화...로열티 안 물고 수익성↑

먼저 HD현대(구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LNG 선박과 관련한 연료공급시스템(FGSS) 등을 국산화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외부 선사에 선박이 아닌 FGSS 솔루션만 따로 판매할 정도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요가 몰려 조선사 쪽에 협상 주도권이 있는 현재가 자체 개발 기술 표준을 적용할 수 있는 적기라 보고 있다.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사장)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우선 R&D(연구개발)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자체 기술 확보와 기술을 통해 돈을 버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축발전기모터 국산화에 성공해 지난해 10월 기준 총 44척 선박에 적용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시설[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도 축발전기모터 등 국산 기술을 적용한 선박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 축발전기모터는 엔진축 회전력을 이용해 선박 추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장비다. 선박에 적용하는 경우 발전기 가동 시간을 줄여 연료비를 아끼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9년 유도기 방식 축발전기모터 국산화에 성공했고, 지난해 10월 기준 총 44척 선박에 시스템을 적용했다. 적용한 선박 종류는 LNG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국산 기술을 인정받으면서 선박에 폭넓게 적용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효성중공업 등과 대용량 영구자석형 출발전기모터 국산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도 에어 루브리케이션 시스템과 ESD(에너지 저감장치) 등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한 선박 수주가 늘고 있다. 에어 루브리케이션 시스템은 공기를 분사해 파도의 저항을 줄이고 연비 효율을 향상시키는 장치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ESD 기술은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절감 장치들을 시뮬레이션해 선박에 최적화된 조합을 제공해 최대 8% 연료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주 측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NG선 수주 기반 친환경 기술에 지속 투자

국내 조선업계는 기술 국산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흐름에 맞춰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수주 호황이 이어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선박 연료 공급 시스템부터 보조 추진 장치까지 복합적인 기술을 마련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는 CES 2023에서 미래 해양산업에 구체적인 전략을 내놨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기술·환경·조화'를 신년 키워드로 정하고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동발 LNG 수주와 함께 친환경 선박·디지털 전환(DX)에 그룹 사활을 걸고 기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HD현대가 이달 초 CES 2023에서 미래 해양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놨다. 사진은 CES에서 발언하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사진=HD현대]


HD현대는 그룹 중추인 조선업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룹 중추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위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스마트한 작업 관리를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그룹 목표로 내세운 '수소 드림 로드맵'도 강화해 그룹사들과 함께 친환경 선박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펼치고 있다.

대우조선은 한화그룹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뒤 그룹 차원 전략이 재구성될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LNG 해상생산기술(FLNG), 부유식 저장 재기화 설비(FSRU) 등 LNG 운반선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인수 후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LNG 발전 사업을 이와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솔루션이 갖고 있는 태양광 사업,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발전 등과 함께 대우조선이 갖춘 운송 기술력이 연계되는 경우 에너지 생산·운송·발전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스마트 제조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달 초 사내 방송에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업무 혁신과 친환경 미래선박·무탄소 연료기술 상용화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월 대우조선·HSD엔진과 '차세대 친환경 엔진개발 업무협약(MOU)'을 맺고 선박엔진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스마트 제조 혁신과 ESG 경영 강화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사진=연합뉴스]


친환경과 신기술로 무장한 우리 선박은 전 세계에서 수요가 높다. 특히 수요가 높은 곳은 중동이다. 산유국이 많은 중동 지역 특성상 이를 운반할 선박이 필요한 데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친환경 선박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좋은 품질의 LNG선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국내 조선사들과 중국 일부 조선사들로 한정돼있다. 국내 LNG선에 전 세계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2026년 말 인도 물량까지는 생산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을 바탕으로 수주 잔고를 채운 상황이라 기술 국산화와 친환경 기술 등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수익성을 높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종을 수주해 기존 문제로 꼽히던 일손 부족 문제 등에 더 능동적인 대책도 나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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