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EC)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C 위원장은 "청정 기술 혁명을 주도하기로 한 EU 입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넷제로 기술의 산업적 선두를 확보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탄소중립산업법을 언급했었다.
탄소중립산업법은 클린테크 산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관련 생산 시설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존에 발표한 반도체법안(ECA)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ECA는 2030년까지 EU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에서 20%까지 두 배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EC 내에서 탄소중립산업법이 신규 법안으로 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역내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다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초안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IRA에 대한 맞불 작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IRA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미국 국민 생활 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세액 공제·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 소득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에서 전기자동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 관련 기술을 활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준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간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했던 EU 입장에서는 불안해질 수 있는 지점이다. 경쟁력을 놓치지 않으려면 EU 기업들도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 동일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한국 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미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의 일부 요소가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수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자, 사실상 IRA와 유사한 내용의 법안으로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탄소중립산업법 신설은 EU가 IRA에 맞서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한시적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투자기금 확대 계획을 예고한 상황에서 추가로 나온 대응책이기도 하다. 최근 보조금 제도 개편 및 기금 확대 여부를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있는데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대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