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탄소배출 0) 추진과 관련한 추가 규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국내 철강업계도 실적 부담이 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10월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도입한다. 본격 시행은 2026년 1월부터지만 해당 기간 중 항목 추가와 함께 본격적인 규제 구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계 모두 긴장하는 모양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EU로 수입되는 경우 해당 제품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해 관세를 징수하는 제도다. 수입업체는 생산 공정과 관련한 탄소배출량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 EU는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연일 상향하고 있다. EU는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기존 배분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무료 할당제를 오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이번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국내에선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2021년 기준 43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EU에 수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내 알루미늄(5억 달러), 비료(480만 달러) 등 다른 종목보다 압도적으로 수출액이 높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규제가 시행되는 경우 철강제품의 EU 수출에서 20% 이상의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철강제품 타격은 점차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2018년 탄소배출권을 톤(t)당 7.83유로에 판매했지만 올해 2월 탄소배출권은 t당 80~90유로에 달한다. 유럽 현지 추산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100유로(약 13만5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t당 1만5000원대로 차이가 크다.
오는 2026년까지 진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운영 기간동안 우리 철강사들은 EU 현지 수입업체에 제조 과정상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을 보고하면 된다. 배출량이 유럽 표준을 초과하는 경우 추가 인증 작업이 필요하다. 탄소배출권 가격에 따라 인증서를 구매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철강업은 업종 특성상 석탄을 활용해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이다. 우리 철강사들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각 기업 힘 만으론 역부족인 실정이다. 국내 업계 1위 포스코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 총 53조원을 들여 전기로 신설·친환경 설비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석탄 대신 바이오연료 등을 사용한 철강제품으로 대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11일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출범하고 산·학·연이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한편 EU에서 시작된 탄소배출 규제 강화 흐름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6월 '청정경쟁법'을 발의하고 내년부터 석유화학 제품 등 12개 수입품 종목에서 제작상 배출된 온실가스 1t당 55달러를 부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