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요금 뛰는데 탄소중립 포기 못 하는 철강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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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형 기자
2023-02-27 16:49:34

정부 정책 기조 및 글로벌 규제 맞춰 전기로 전환 추진하지만 전기요금 인상

산업용 전기요금, 올해도 지난해 수준 인상 가능성 높아

동국제강 등 일부 업체, '효율화' 대응하지만 비용 상승분만 2400억원대

"친환경 사업 전환 시 전력 사용분 요금 할인 필요"

동국제강 탄소 저감형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 모습[사진=동국제강]


[이코노믹데일리] 친환경 대안으로 전기로를 제시하고 있는 철강업계에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고정비 지출이 커질 전망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기술 효율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생산 비용의 지나친 상승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기존 석탄을 통해 철강을 만들어내는 고로 대신 철스크랩(고철)을 전기로 녹이는 '전기로' 비중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모습[사진=현대제철]


◆포스코·현대제철, 전기로 추가 증축 예고…비용 상승 우려

먼저 국내 철강 생산 1위인 포스코는 최근 정기 이사회에서 6000억원가량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연간 250만톤(t)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수소환원재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앨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전까지는 전기로를 통해 탄소를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직접 쓰거나 석탄을 쓰는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합해 탄소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나왔다.

현대제철도 전기로를 추가로 짓는다. 독자적인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생산 체제 기술이 담긴 '하이큐브'다. 하이큐브는 오는 2030년까지 구축이 목표돼있으며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 방식에서 나아가 철광석을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기능까지 담겠다는 목표다.

전기로를 늘리겠다는 대형 철강사들로 비용 상승도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자재 수입 등 에너지 관련 비용이 늘어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도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 누적 적자 등을 감안할 때 올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인상 폭이 클 수 있다는 언급도 뒤따랐다. 

올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언제, 얼마나 오를 지는 미지수지만 지난해 수준 혹은 그 이상 오를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에는 "금년도 인상했던 수준을 가급적 내년 상반기(1~6월)에, 지난 수준 정도까지는 했으면 하는 게 산업부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2022년 4분기(10~12월) 1킬로와트시(㎾h) 당 16.6원 인상에 이어 올해는 1월 1㎾h 당 13.1원으로 추가 인상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모습[사진=포스코]


◆동국제강, 기존 전기로 효율화로 대응...업계 "전기로 포기 못해"

동국제강은 전기로를 늘리는 포스코나 현대제철과는 달리 기존에도 전기로를 주력으로 운영하면서 효율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최근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고철 예열 방식을 개선해 효율을 높이는 한편 낭비되는 에너지를 순환시켜 전력 효율이 늘어날 수 있는 '하이퍼 전기로' 기술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전기요금 상승의 경우 개별 업체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다. 요금이 10~12원 오를 때 전력비 기준 10%가량 비용 상승이 있었고 구체적 액수는 공시 기준 2400억원 수준"이라며 "포스코나 현대제철의 경우 설비가 더 크고 전력비가 더 커 비용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강업계는 지난해 큰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전기요금 등 생산 비용이 오르더라도 수요가 뒷받침되면 상황이 괜찮겠지만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답이 없다. 협회 등을 통해 나가는 목소리는 '아우성' 수준인데 일반인들은 잘 체감할 수 없는 부분이라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그런 현실"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대부분 관계자들은 비용 인상에도 전기로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은 물론 철강제품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탄소배출이 높은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도 "철강사들의 생산 비용이 오르면 철강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중장기적으로 조선·항공·자동차 등 전방산업 제품 가격도 올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할 때는 전력 사용분에 대한 요금 할인 등이 병행되면 좋겠지만 요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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