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둔 11번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침체된 증시 상황에 이커머스 기업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SSG닷컴’과 새벽배송 1위 업체 ‘컬리’, 유일한 흑자 이커머스 기업이었던 ‘오아시스’마저 백기를 든 가운데 11번가는 외형·수익성 강화 드라이브를 걸고 상장을 위한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러나 11번가의 IPO 여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펜데믹 시절 누렸던 특수는 사라진지 오래고 지난 2021에 이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사업이 불안정한 탓에 지난 2017년부터 수차례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11번가가 ‘업계 1호 상장사’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상장까지 남은 기간 ‘6개월’…마음 급한 11번가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로 구성된 나일홀딩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해 8월 IPO 추진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IPO에 첫 발을 뗀 상태지만 더딘 진척 속도로 인해 업계에서는 11번가 상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1515억원을 기록해 전년(649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두배 이상 확대됐다. 11번가의 지난해 분기별 영업손실률은 △1분기 17.7% △2분기 31.7% △3분기 19.1% △4분기 14.3% 등이다.
적자 확대에 대해 11번가 측은 “이커머스 경쟁 상황 대응과 함께 ‘슈팅배송’ 등 신규 비즈니스 론칭과 그준비 과정에서 필수 투자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11번가의 반토막 난 기업가치다. 11번가는 앞선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과정에서 가업가치 2조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당시 원하는 기업가치는 3조~4조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의 11번가 기업 가치는 1조원 남짓까지 내려앉았다는 평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선 11번가의 매각설도 돌고 있다.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가 11번가 상장 불발을 대비해 ‘플랜B’를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앞서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SK쉴더스와 원스토어에 이어 11번가도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11번가가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8%의 수익을 붙여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상장 목표 시점과 추진 의사에 변함이 없다”며 “시장 상황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 ‘반등 원년’ 선포한 11번가, 수익 개선 어떻게
11번가는 상장 준비 작업과 함께 지난해 말 이커머스 전문가인 안정은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하형일 사장은 신규사업 전략에 집중하고, 안 사장이 사업 전반 성과와 차별 경쟁력 확보를 총괄해 외형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11번가는 올해를 반등을 이뤄내는 원년으로 삼았다.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11번가 2.0’ 가치 증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자대표 체제 전환 후 진행된 첫 타운홀 미팅에서 안 대표는 고객 중심 혁신 성장을 강조하며 ‘OM 경쟁력 강화’, ‘배송 경쟁력 강화’, ‘트래픽 증대’, ‘비즈니스모델 강화’ 등 4개 영역에서 핵심과제 10개를 선정했다.
올 상반기엔 새로운 서비스도 론칭했다. 지난 2월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 ‘신선밥상’을 선보였으며, 이달 들어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도 출시했다.
11번가는 라이브커머스에도 힘을 주고 있다. 라이브방송 ‘LIVE11’을 오픈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11번가가 주체가 되어 협의한 셀러, 브랜드를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기존 방식에서 11번가에 입점한 개인 셀러들이 원하는 시간에 오픈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11번가의 전략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 관계자는 “지금은 매출을 늘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여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플랫폼 경쟁력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IPO를 포함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성장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