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회원사 등 국내 주요 기업 의견을 모아 9개 법령별 106개 과제를 담은 '2023년 세법개정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경련이 건의한 주요 내용은 △법인세율 추가 인하 △일반 R&D 세액공제율 확대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 확대 개정의 소급 적용 허용 △대기업 결손금 이월공제 한도 폐지 등이다. 전경련은 국내 과도한 법인세 누진구조는 글로벌 표준에 역행한다며 세율 인하와 함께 과세체계를 단순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하면 26.4%로 미국(25.8%), 프랑스(25.8%), 영국(25.0%) 등 주요 선진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25.0%), 대만(20.0%), 싱가포르(17.0%), 홍콩(16.5%) 등 아시아 경쟁국 수준보다도 높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해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했다. 재계에서는 징벌적 과세라고 비판하며 법인세 인하를 요구했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되려 '부자 감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율을 최고세율 기준 25%에서 24%로 인하하며 과세표준 구간별 1%포인트(P)씩 낮추는데 그쳤다.
전경련은 과세표준 구간도 2단계로 단순화할 것을 건의했다. 현재 국내 법인세는 4단계 누진 과세체계다. 재산세 과세표준액 기준 △2억원 이하(9%)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19%)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21%) △3000억원 초과(24%) 등으로 나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개국이 법인세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4단계 이상 누진과세를 적용하는 국가는 OECD 중 한국이 유일하다. 전경련은 "글로벌 기준에 맞추려면 최고세율을 24%에서 22%로, 지방세를 포함한 최고세율 26.4%에서 24.2%로 낮춰야 한다"며 "과세표준 구간도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경련은 이어 대기업 R&D 세액공제율을 6%로 높이자고 권고했다. 현재 국내 R&D 세액공제율은 일반 산업 기준 대기업은 0∼2%, 중견기업 8%, 중소기업 25%로 차등 적용된다.
전경련은 "프랑스(30%), 영국(13%), 미국·일본(최대 10%)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대기업 대상 세액공제율이 현저하게 낮다"며 "기업 규모에 따른 과도한 공제율 격차가 기업의 투자와 성장 유인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외에도 전경련은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도 소급 적용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해 연부연납 기간이 확대됐으나 법 개정 이후 발생한 상속에만 적용돼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저해한다"며 "법 개정 직전 상속이 개시돼 현재 연부연납 중인 상속에 대해서도 기간 확대를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결손금 이월공제 한도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달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도 폐지를 요구했다.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는 기업에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전경련은 이번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지난해 법인세율 인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우리 기업 글로벌 조세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추가적인 세제 개편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