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디스플레이가 파업 전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이른바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우후죽순으로 여러 관계사마다 노동조합이 들어서면서 노사 갈등 요인도 많아진 탓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복수노조 체제가 들어서면서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열린노조)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총 10차례에 걸친 임금·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했다.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감행할 수 있다.
열린노조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두 번째로 설립된 노조다. 조합원 수는 이들보다 앞서 2020년 2월 만들어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1노조)보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노조는 상급단체에 미가입한 대신 최근 'MZ노조' 연합체로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합류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측과 열린노조 간 쟁점은 임금인상률이다. 열린노조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 맞춰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는 임금인상률 2%를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본질적인 갈등 요인은 근로시간 면제 한도(타임오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제도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시간을 근로시간(유급)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조합원 수에 비례해 면제 한도를 정할 수 있다.
회사는 조합원 수 1800명을 기준으로 연간 7000시간을 부여한다는 입장이지만 열린노조는 1만1000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고용부 매뉴얼에 따르면 조합원 1000~2999명 구간인 노조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근로시간 면제 한도는 1만 시간 이내다. 여기에 사업장이 2~5개 광역자치단체에 분포했다면 10%를 추가로 부여할 수 있다. 열린노조는 이 점을 들어 법정 한도 최대치를 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설립된 1노조는 연간 9000시간을 근로시간 면제 한도로 사용 중이다. 열린노조는 조합원 수가 1노조보다 더 많은 만큼 면제 한도도 높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노조는 조합원 1500명을 기준으로 9000시간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두 노조의 대표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1노조와 2노조 조합원을 합쳐 봐야 3000명 수준인데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직원은 7만여명에 이른다. 조직률로 계산하면 4% 남짓이다. 어느 쪽이든 직원 전체를 대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복수노조 체제로 인해 이중으로 교섭 구조를 갖춰야 한다.
실제 1노조는 2021년 처음으로 파업을 벌였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매년 임금교섭 때마다 파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 2노조 파업이 현실이 되면 두 노조가 번갈아가며 생산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