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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JY시대 6개월] 삼성 지배구조 흔들 '세금·법'…필요한 건 '시간·돈'(下)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4-26 17:31:54

이재용 회장, 상속세·삼성생명법 '첩첩산중'

재원 마련 힘든데 금융·비금융 강제로 분리

이사회 복귀·지배구조 개편 '숙고할 여유'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지난해 10월 27일 공식적으로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실질적인 총수로서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집단을 이끌었다. 직함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 무게는 사뭇 다르다. 본지는 'JY 시대'에 들어선 삼성의 지난 6개월을 되짚어보고 JY가 그릴 청사진은 무엇일지 살펴본다.

이재용의 삼성은 외형 변화도 요구받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 지분과 순환출자 구조로 유지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총 12조원에 이르는 상속세 탓에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국회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 오너 일가는 이달 말로 예정된 3차 상속세 납부일에 맞춰 계열사 주식을 팔거나 담보 대출을 받아 현금 마련에 나섰다. 이들이 내야 할 세금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3조1000억원, 이재용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2조4000억원이다.

대부분은 현재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따라 배당을 받거나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충당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이 받은 누적 대출 금액(상환 포함)은 1조원을 넘어섰고 이부진 사장 역시 곧 차입액이 조 단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는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해 오는 2026년 4월까지 세금을 완납할 예정이다.

가족 중에는 지분을 매각한 사람도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SDS 지분 1.95%(151만7302주)를 모두 팔아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 시가로 환산하면 1700억원이 넘는다. 삼성SDS는 이재용 회장 가족 등 특수관계인→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S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에서 가장 끝에 있는데다 이 이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아서 지배력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관심사는 이재용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신용대출을 받았지만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잡히지는 않았다. 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총수여서 쉽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배력 유지에 큰 문제가 없는 삼성SDS 지분(9.2%)을 팔 수 있다고 보지만 10% 가까운 물량을 던지기에는 총수로서 책임 경영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예상돼 쉽지 않다.

이 회장으로서는 지배력을 잃지 않으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오히려 상속세 납부에 3조원 가까운 돈을 쓰고도 지배력을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연 평균 5000억~6000억원 수준인 세금을 배당과 대출로만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행의 '배려'에 의존할 수도 없다.

등기 임원 복귀와 지배구조 개편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처럼 복잡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미등기 임원인 이 회장은 2017년부터 보수를 전혀 받지 않아 왔다. 이 회장이 꼭 미등기 임원이어서 무보수로 일한다기보다는 책임 경영을 상징하는 차원에 가깝다. 그러나 총수로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삼성은 향후 준법감시위원회가 의견을 내면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으로 취업제한이 풀려 자격에는 문제가 없지만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몰라 이사회 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역시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삼성생명법은 삼성생명·화재를 축으로 하는 금융 계열사와 삼성물산·전자가 중심인 비금융 계열사 간 출자 고리를 강제로 끊어내는 내용이다. 이 회장으로선 지배력을 잃을 수 있어 논란이 돼 왔다. 상속세 낼 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시간적 여유마저 사라져 버린다.

국회에서 법안 논의가 더 진전되지 않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국회 정무회원회는 지난해 11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법안을 상정한 뒤로 전체회의 안건으로는 올리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1년 남짓 남아 '임기 만료 폐기'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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