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렉스턴 뉴 아레나와 렉스턴 스포츠&칸 쿨멘을 동시에 선보이며 신차 효과를 배가한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가 흥행하며 판매량에 물이 오른 KG모빌리티는 플래그십 SUV와 최고 인기 픽업트럭을 한층 완숙한 모습으로 내놨다.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에서 마주친 렉스턴 뉴 아레나(이하 '뉴 아레나')와 렉스턴 스포츠&칸 쿨멘(이하 '쿨멘')은 고유한 강인함을 살리면서도 새로워진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춘천을 출발해 화천군 평화의 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온·오프로드 200여 km를 1박 2일 동안 번갈아 타봤다.
외관은 직전 렉스턴을 기억한다면 곧바로 변화를 알아챌 정도로 바뀌었다. 뉴 아레나는 다이아몬드 무늬가 촘촘한 옥타곤(팔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채택했다. 차량 얼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요소를 바꾸면서 최대 효과를 노렸다.
쿨멘은 그릴 모양이 팔각형이라는 점이 뉴 아레나와 같지만 무늬는 완전히 달랐다. 가로로 긴 리브(갈빗대 모양)를 넣어 픽업의 탄탄함을 강조했다. 또한 뉴 아레나와 같은 풀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다이내믹 LED 방향지시등이 적용돼 '패밀리룩'을 이루면서 고급스러움을 가미했다.
◆다른 듯 닮은 '뉴 아레나 vs 쿨멘', 타보면 달라
변화는 운전석에 앉아 대시보드를 한 바퀴 둘러봤을 때 더 체감할 수 있었다. 뉴 아레나는 수평적 디자인을 토대로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같은 크기의 인포콘 내비게이션이 존재감을 뽐낸다. 각종 조작 버튼은 터치 방식으로 큼지막하게 들어가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대시보드를 바라봤을 때 시선 아래쪽에 벨벳 질감의 천을 덧대면서 포근함과 고급감을 살렸다.
쿨멘 실내는 KG모빌리티 픽업 최상위(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위상에 알맞는 듯했다. 12.3인치 화면과 터치식 공조장치 등 플래그십 SUV 렉스턴에 사용된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이어받아 픽업 특유의 투박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기어 노브와 센터 콘솔은 이전과 같았다.
파워트레인(구동계)은 두 모델이 약간 다르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손질된 2.2디젤 엔진은 같지만 뉴 아레나는 8단 자동변속기를, 쿨멘은 6단 자동변속기를 물린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02마력, 45.0kgf·m 동일하다.
뉴 아레나와 쿨멘 모두 온·오프로드에서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는 차다. 여느 SUV와 달리 섀시를 프레임 위에 얹은 '보디 온 프레임' 형태여서 험로에서는 안정감 있게 잘 버티고 일반 도로에서는 안전성이 높다.
일반 도로에서 뉴 아레나를 탔을 때 가장 잘 느낀 점은 정숙성이었다. 디젤 엔진이 내는 걸걸한 소음이 잘 억제됐고 전체적으로 주행 중에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가 작은 편이다. 시승차에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운 탓 저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노면 소음은 있었다. 만약 일반적으로 쓰이는 컴포트 타이어를 끼웠다면 소음과 승차감 모두 훨씬 나았을 것이다.
쿨멘은 뉴 아레나와 확실히 성격이 다르다. 우선 차체 길이(전장)가 뉴 아레나(4850㎜)보다 50㎝ 이상 긴 5415㎜이고 휠베이스(축거)는 34㎝ 정도 긴 3210㎜여서 굽은 도로를 돌 때 조금 더 여유 있게 감속해야 한다.
승차감은 뒤쪽 적재함에서 전달되는 자잘한 진동이 줄었고 정숙성은 뉴 아레나만큼은 아니지만 픽업에다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운 점을 생각하면 제법 조용하다 할 만했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 때 쉭쉭거리는 소리를 들려줬지만 애당초 픽업트럭은 소음·진동·불쾌감(NVH) 측면에서 친절한 장르가 아니다.
◆험로 주행 실력·편의사양 겸비…한국 지형, 한국인 취향에 딱
화천 평화의 댐에서 출발해 이른바 '전두환 전망대'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16km 험로도 달려 봤다. 평화의 댐은 북한강 최북단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바로 아래에 있는 댐으로 1986년 북한의 물 공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어졌다. 전두환 전망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 댐을 보려고 산 꼭대기에 만든 장소로 지금은 방치 상태다. 평소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지만 화천군과 산림청 등 협조를 받아 산길을 날 것 그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 국방부가 괜히 렉스턴을 전술용 차량으로 쓰는 게 아니다. 뉴 아레나와 쿨멘 모두 기존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칸의 험로 주파 능력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사륜구동(4WD)를 탑재한 데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채택하고 지상고(바닥에서 차체 하부 높이)까지 높은 덕분에 한국의 산지를 달리기에 알맞다.
무난한 비포장도로에서는 사륜 고속, 아주 험한 길에서는 사륜 저속으로 달렸다. 두 차량에 들어간 사륜구동은 저속 모드일 때 진가를 발휘했다. 30도가 넘는 오르막을 등판할 땐 네 바퀴로 힘 있게 치고 나갔고 반대로 내려갈 땐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를 켜지 않더라도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며 제동장치 부담을 덜어줬다. 전반적인 실력은 오프로드 관련 사양이 좀 더 보강된 쿨멘 쪽이 우세했다.
뉴 아레나는 KG모빌리티가 쌍용차 시절부터 오랜 기간 내세운 플래그십 대형 SUV 면모에 걸맞았다. 4인 가족이 불편하지 않게 레저와 여행을 두루 즐길 수 있는 튼튼한 SUV다. 쿨멘은 대형 SUV 못지않은 편의사양과 내장을 갖춰 한국인 취향을 저격한 픽업트럭이었다.
개별소비세 3.5% 기준 뉴 아레나 가격은 △프리미엄 3979만원 △노블레스 4553만원 △더 블랙 5173만원이다. 법적으로 화물차인 쿨멘은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며 △스포츠 프레스티지 3478만원 △스포츠 노블레스 3831만원 △스포츠칸 프레스티지 3709만원 △스포츠칸 노블레스 4046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