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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 공시집단 기업들, 커진 몸집 만큼 '책임'도 커졌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 기자
2023-05-19 16:12:49

공시집단 신규 입성한 기업들 톺아보니

뒤따를 각종 규제와 의무, 피하기보다는

ESG와 더불어 오너 사회적 책임 강화 必

산업부 고은서 기자

산업부 고은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또 한번 대기업 집단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매년 5월마다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공시집단) 목록이 공개되면서다. 기업의 자존심이자 영향력 지표인 '재계 순위'가 물갈이됐지만 신규 입성한 기업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매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대기업을 새롭게 지정한다. 지난 2009년 48개에 불과했던 대기업 집단은 올해 82개까지 늘었다. 기준은 자산총액이다. 재무상태표상 자산총액 합계가 5조원 이상이면 공시집단,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분류된다. 

공시집단에 지정되면 소속 회사들은 경영 상황에 대한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금지 규제 등이 가해진다. 상출집단에 지정되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 보증 금지·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공시집단에 포함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익성 악화와 자본 유출 등으로 이미 힘든 상황 속에서 기업 내부 속사정을 샅샅이 밝혀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올해 공시집단에 신규 지정된 기업 8곳을 꼽아보니 투명경영을 하는 곳과 아닌 기업으로 극명히 갈렸다.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마치 무기 삼아 규제를 피하면서 온갖 경영 '리스크'를 숨겨놓은 기업도 보였다. 

일례로 에코프로는 배터리 사업에 힘입어 올해 코스닥 기준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는 성공 신화를 썼다. '신흥 재벌'로 떠오른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대기업 반열에 오르자마자 오너리스크라는 악재를 뛰어넘지 못했다. 주가 조작에 관여해 부당 이득을 취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올해 80위 턱걸이로 대기업 집단에 입성한 삼표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표그룹은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에 이어 지난 2021년 10월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전적도 있다. 

문제가 됐던 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대현 사장이 보유한 에스피네이처였다. 정 회장이 아들 소유의 소지주사격 회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고 회사를 키운뒤 지주사 지분을 넘기는 식의 편법승계 의혹을 받은 것이다. 공시 의무 부재로 베일에 가려졌던 에스피네이처는 각종 규제를 피해 왔지만 앞으로는 주력 계열사인 삼표시멘트와 함께 공정위 사정권 아래에 놓이게 됐다. 

기업 경영에 있어 수익성 제고 및 사업 다각화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기업의 우두머리인 오너들도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세 박자가 들어맞아야 온전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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