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낭만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던 트램이 이제 수소연료전지란 새로운 에너지원을 장착하고 인프라 건설비 비중이 큰 전철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산 기술로 제작한 수소전기트램이 실증사업 성과 발표회까지 마쳐 수소전기트램 상용화 시대가 성큼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경남 함안군의 현대로템 협력공장 로만시스에서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 성과발표회를 가졌다.
산업부는 지난 2021년 9월 정부 예산 282억원을 포함, 총 사업비 424억원을 투자해 현대로템 등 22개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수소전기트램을 상용화하는 실증사업 착수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진정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자동차 중심의 수소모빌리티 영역을 철도까지 확대하고 글로벌 친환경 트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획됐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수소전기트램을 주목하게 된 것은 기존의 전철이나 전기트램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차량 내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열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므로 전철과 달리 전력설비 등 외부동력공급 인프라가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건설비가 저렴하다.
또한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고중량·고가의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배터리 방식의 전기트램과 비교할 때 무게·부피 측면에서 주행빈도가 높은 경우 수소전기트램이 일반 전기트램에 비해 확실한 강점이 있다. 장거리용 배터리 충전시간이 전기트램보다 짧은 점도 장점이다.
글로벌 철도차량 시장 중 동력원을 수소연료전지로 대체 가능한 시장은 오는 2025년 7000억원에서 2030년 4조원, 2050년 18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수소전기트램은 수소차에 비해서도 고내구성이 요구되는 고난도 분야여서 글로벌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따라서 확고한 선도기업은 없는 상태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이 수소전기트램 상용화를 위한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알스톰은 2018년부터 독일에서 시험운행 중이며 일본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은 토요타와 협력해 지난 2021년 수소전기트램 개발을 마치고 2022년부터 3년을 계획하고 시험 운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기술력과 경험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수소전기트램을 상용화하고 글로벌 친환경열차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부가 올해 말까지 당초 목표했던 계획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용 수소연료전지(95kW) 4개에 해당하는 380kW급 수소트램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4대 분야 핵심기술 확보였다.
지난달 31일 열린 실증 성과 발표회 결과를 놓고 볼 때 그 목표는 이뤄진 것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수소트램 시스템 통합․검증기술 분야는 철도 전문기업인 현대로템이 주관하고 맥시스(모터), 코아칩스(센서), 푸름케이디(제동), 에스제이스틸(차체), 에이엔엠메카텍(냉각) 등 중소 철도 부품 업계 5곳도 함께 참여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수소전기트램은 고속철도 기준 km당 전력설비 건설비(약 30억원)의 약 14배 수준의 비용만으로 2022년까지 수소트램에 탑재할 모터, 제동장치 등 부품을 제작했고, 이번 실증 발표를 앞두고 그간 제작된 부품을 통합해 수소트램 실차를 제작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산업부는 “2년여 짧은 기간 동안 실증용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 수소저장시스템,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개발·제작하고 이번 실증 발표를 통해 기술기준 마련, 주행 안정성 및 성능평가, 실주행 환경 구축 및 실증 운행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연말까지 주행 안전성과 성능시험 운전 실증, 종합 성능검사와 최적화 운행 실증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행 안전성과 성능시험은 울산광역시가 보유한 유휴선로(울산역↔울산항)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적합성 제3자 평가는 독일에서 완료할 방침이다. 사업이 종료되는 2024년부터는 수소전기트램 양산을 개시하고 국내외 판로를 적극 개척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