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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업들 "국내 ESG 평가 못 믿겠다"…이유는 '깜깜이 평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6-19 15:31:23

미검증 언론 보도 인용 등 불합리함 많아

"공정성·투명성 높여야" 평가 개선 목소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9일 발표한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사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이코노믹데일리]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요한 요소로 떠오른 뒤로 관련 실태를 평가해 줄을 세우는 사례가 많아지자 기업의 볼멘소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ESG 평가사가 난립하면서 상당수 기업이 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9일 발표한 '국내 ESG 평가사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63%가 국내 ESG 평가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대한상의 회원사 100곳에서 ESG 관련 업무를 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 체계와 기준, 항목별 점수 가중치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64%가 이를 문제 삼았다.

특히 ESG 평가사에서 이해가 상충할 가능성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85%가 '그렇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수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평가와 수익 사업인 컨설팅을 연계하면 특정 항목이나 전반적인 점수를 낮게 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불공정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이다. A기업 관계자는 "각 ESG 평가사의 평가 빈도와 횟수, (결과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가 달라 대응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B 기업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회사 이슈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에 활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점수를 집계하는 방식에도 불만을 갖는 기업이 있었다. C기업 관계자는 "순수 지주회사 같이 특별한 사례는 ESG 각 부문별 점수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자세한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며 "사업회사와 달리 순수 지주회사의 E·S를 평가할 때 계열사 점수를 가중평균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SG라는 단일 주제를 놓고서도 해외 평가사와 국내 평가사가 다른 결과를 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해외 평가사는 평가 기준과 점수 가중치를 공개하고 결과를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평가사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ESG 자체가 정성적인 요소를 정량화할 수밖에 없어 세밀하고 과학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해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응답 기업 60%는 정부 또는 유관기관이 평가 기준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평가와 관련해 기업이 국내 평가사의 피드백 기회 제공 부족과 평가 방법론 미공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이 ESG 평가 결과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정책 당국이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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