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6일 '최근 ESG 해외소송과 기업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근 ESG 관련 해외소송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업의 주의의무 위반 책임의 경계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폐선박 판매를 중개한 한 영국 기업은 선박해체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해당 중개기업은 영국 항소법원에 자신은 피해 발생에 직접적 관련이 없어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소송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는 소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영국 항소법원은 최근 기업의 주의의무 확대 경향을 고려할 때 중개기업도 '위험의 생성'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 소송을 막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보고서는 이 소송은 기업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의 경계가 상당히 확대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이태규 선임연구원은 "공급망 실사 지침을 충실히 준수해도 ESG 리스크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만약 피해가 발생했다면 지침에 따른 자회사·협력업체 관리·감독 행위는 법률적 책임의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ESG 실사는 기업의 납품·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공급망 관리 등을 요구하고 이를 위반할 때 제재를 가한다. ESG 규제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외시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ESG 관련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협력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감독의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해 협력기업은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협력기업과의 강도 높은 '협력적' 관계 설정이 필요한 셈이다.
한 연구위원은 "규제당국이 ESG 리스크 관리와 경영 간섭 금지 규제 간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현재 주요 대기업은 ESG 협력사 행동규범을 제정해 협력업체와 공급망 차원의 ESG 리스크 관리를 실천 중이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규범준수에 따른 유·무형 비용이 너무 크다고 느낄 경우 규범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