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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장은주의 여車저車] KG모빌리티, 'SUV 명가' 쌍용 DNA 잇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은주 기자
2023-06-24 06:30:00

'드럼통 버스'로 시작한 최장수 車 메이커

재매각, 워크아웃…KG 품에서 '부활' 노려

KG모빌리티 렉스턴 뉴 아레나[사진=KG모빌리티]

[이코노믹데일리] KG그룹에 인수된 뒤 사세 확장에 성공한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기업 경영 정상화 고삐를 죄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앞으로도 69년 된 국내 최장수 완성차 제조사라는 명성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다는 포부다.

KG모빌리티는 1993년 출시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쏘를 오마주한 픽업트럭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첨단 기술에 레트로 디자인을 결합한 것으로 익숙한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가 공존하는 합리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1954년 '드럼통 버스'의 탄생…'하동환자동차제작소'

KG모빌리티는 고(故) 하동환 창업주가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시초다. 하동환 회장은 당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하던 중 직접 차를 만들기를 결심하고 서울 마포구 집 앞마당에 천막 공장을 지었다. 그는 미군 트럭에서 엔진과 변속기, 차축을 떼어내 버스를 만들었다. 망치로 편 드럼통 철판과 철도 레일을 용접해 첫 버스 제작에 성공했다. 일명 '드럼통 버스'라 불린 차량이 오늘날 KG모빌리티를 만들었다.

하동환의 도전은 1960년대 서울 시내버스 70%를 점유하는 성과로 빛은 봤다. 1966년 업계 최초로 브루나이에 버스를 수출하기도 했지만 1967년 신진자동차공업에 회사를 넘기며 버스 생산이 중단됐다. 하동환자동차제작소는 신진, 거화 등을 거쳐 동아자동차로 명맥을 이어갔고 1986년 쌍용그룹에 매각되면서 쌍용자동차가 탄생했다. 이 시기 신진자동차 시절 '지프'가 모태인 '코란도'는 쌍용차 대표 차종으로 자리잡으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車마니아 김석원의 '쌍용차', 기라성 같은 명작 쏟아져

하동환 회장이 보유한 동아차 지분 19.8%를 전량 인수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이름 난 자동차 마니아였다. 만 13세부터 운전을 시작했으며 미국에서 레이싱 스쿨을 수료했다. 그는 자동차를 직접 정비하거나 분해·조립할 수 있을 만큼 자동차를 좋아했다.

쌍용차는 동아차 시절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출시되지 못한 스테이션 웨건형 모델 '코란도 훼미리'를 1988년 출시하며 패밀리카 영역을 공략했다. 코란도 훼미리는 승용차의 부드러운 주행감을 더해 출시 2년 만에 판매량 2만대를 돌파했다.

김석원 회장의 영향으로 쌍용차는 해외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코란도는 1990년 2월 제10회 키프러스 랠리에 출전해 한국 자동차 회사 최초로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쌍용차의 상승 곡선은 다시 한 번 탄력을 받았다. 대한민국 SUV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무쏘가 1993년 출시되며 패밀리 SUV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무쏘는 투박했던 당시 SUV와는 달리 날카로운 선을 강조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고급 SUV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귀족 500명에게 바친다는 한정 모델을 나오기도 했다.

무쏘는 출시부터 단종 시점인 2005년까지 약 26만대가 판매됐으며 주행거리가 100만km에 달해도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꾸준히 언급될 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쌍용차는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재무 상황은 좋지 않았다. 차를 너무 공들여 만든 게 문제였다. 쌍용그룹은 쌍용차에 투입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 경영을 이어가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끝내 회사를 대우그룹에 넘겨야 했다. 시련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KG모빌리티 "시장에 우뚝 선 모빌리티 기업"

그러나 대우그룹도 해체되고 말았다. 쌍용차는 새 주인 찾기에 나서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상하이차는 2009년 철수를 선언하고 쌍용차는 다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2600여명이 정리해고되는 '쌍용차 옥쇄파업' 사태를 겪기도 했다.

다음 주인은 인도 마힌드라그룹이었다. 인도 자본을 수혈받은 쌍용차는 2015년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지만 새로운 히트작을 선보이는 데는 실패했다. 쌍용차는 또 다시 재무개선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고 우여곡절 끝에 KG그룹에 인수되며 KG모빌리티로 재탄생했다.

KG그룹은 국내 SUV·픽업트럭 명가인 쌍용차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전동화 대응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KG그룹 인수 직전인 지난해 7월 출시된 토레스는 올해 5월까지 국내외 누적 판매량 4만7000대를 기록했다. 준중형과 중형 SUV를 넘나드는 크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티볼리가 그랬듯 SUV에 대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KG모빌리티는 올해 1~5월 국내에서 3만3211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2만3592대) 대비 40.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지엠(1만3825대)과 르노코리아자동차(1만549대)의 판매량을 비교했을 때도 눈에 띈다.

KG모빌리티는 앞으로도 국내 모빌리티 업계 트렌드에 발빠르게 맞추면서 과거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안정 궤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전기 SUV인 '토레스 EVX'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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