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가 D램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양산을 예고하면서 실적 반등 시점을 앞당길지 주목된다. 회사 안팎에서는 늦어도 연말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지 않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가까운 시일에 'HBM3E'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SK하이닉스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미국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HBM3를 개선한 것으로 고객사 납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메모리다.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결합해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생성형 AI가 동작하려면 HBM이 필수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만큼은 글로벌 D램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섰다. 2021년 업계 최초로 4세대 HBM3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역시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현존 최고 용량인 25기가바이트(GB) 제품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점유율 50%로 1위를 기록했다.
그간 주력해 온 D램에서 '게임 체인저'를 발굴해 내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도 '최고',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를 개발해 올해 5월부터 양산 중이다.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칩 구성 단위인 셀(cell)을 높이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 저장 가능한 용량이 크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층 낸드를 앞세워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9000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 1분기(1~3월) 3조4000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으나 2분기(4~6월)에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3분기(7~9월)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돼 4분기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체 매출에서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1분기 23.6%에 불과한 낸드 매출 비중은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금액 기준으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40%)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시장점유율도 2021년 13.7%에서 지난해 19.0%로 올랐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강화에도 발 벗고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모회사(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 주도로 설립한 반도체 투자법인 TGC스퀘어에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과 공동 출자자로 참여했다. 총 1000억원 규모로 시작된 TGC스퀘어는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 법인이 있는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소부장 강소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