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전기차 분야 '퍼스트무버' 도약을 목표로 주목한 사업은 반도체와 배터리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 약 2년 9개월 동안 분기마다 해외에서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배터리 기업을 방문하거나 이들 기업의 경영진과 만나며 숨 가쁜 대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킬데어주(州) 레익슬립에 있는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해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파악하고 차량용 반도체를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프리미엄 제품을 탑재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 회장의 행보를 두고 글로벌 '칩 동맹'을 구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현재 자동차에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있다면 향후 자율주행 4단계에서는 2000개의 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용 반도체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배터리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자체 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설계한 배터리는 올해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모델에 탑재된다고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맺은 '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하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과의 합작법인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와 인도네시아에 각각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SK온과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 바오투 카운티에 공장을 짓는다.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점검하는 한편 인재 양성에도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방문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전 세계 대리점 대회'에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 대회는 현대차 임직원과 전 세계 대리점 사장단이 모여 교류하는 자리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교 호아락캠퍼스를 찾아 미래 혁신 인재 육성 필요성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