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2분기(4~6월) HBM 시장 점유율은 각각 46~49% 사이로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점유율 약 5%로 뒤를 이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공법으로 수직으로 연결해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제품이다. 이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AI 시대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점유율 자체는 비슷하지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있다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AMD와 협력해 HBM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현존 최고 사양인 HBM3(4세대)를 유일하게 양산하며 지난해 6월 엔비디아와 HBM3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3을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로 생산하고 있다. '퍼스트 무버(선도 기업)'의 입지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HBM인 ‘HBM3E’를, 2026년에는 6세대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 HBM 기술은 아직까지 HBM2(2세대), HBM2E(3세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내부에서도 기술력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SK하이닉스에 뒤쳐진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6월 단행한 삼성 반도체연구소·파운드리 등 주요 임원 교체 이유가 HBM 개발·투자 실패 때문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준 삼성전자는 반격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내딛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과 AWS에 대규모로 HBM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오는 4분기(10~12월)부터 본격적으로 HBM3 양산에 들어간다. HBM3와 함께 5세대 HBM인 'HBM3P'까지 동시에 선보이며 속도 경쟁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증설 투자를 통해 내년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높일 것"이라며 "HBM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적기에 고객사들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하반기(7~12월)에는 SK하이닉스 추격에 성공할 가능성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