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ARM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RM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600억 달러(약 79조원)에서 최대 700억 달러(94조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ARM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거나 설계하지 않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같은 칩 설계도를 만드는 기업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로 꼽힌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한 AP가 탑재돼 있을 정도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ARM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 ARM 상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애플, 인텔, 아마존, SK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ARM 상장과 동시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중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ARM 모회사) 회장간의 오랜 친분 관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ARM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손 회장이 이 회장과 한국에서 회동해 양사간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ARM이 보유한 기술은 파운드리 사업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번 전략 투자는 삼성과 ARM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지분을 매입하며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었던 경험이 있다. 이 덕분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설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도 삼성전자와 ASML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ARM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치솟은 탓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투자 재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1%만 산다고 가정해도 7900억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ASML의 지분을 7년 만에 일부 매각한 점에 대해서 삼성이 투자금이 부족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한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RM 상장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관련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WSJ는 "최근 AI 열풍이 다소 식은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자들이 여전히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