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자 불황형 보험 해지가 늘고 있다. 손실이 크더라도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1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생보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27조24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조7389억원)보다 62.8% 증가했다. 해약환급금이란 보험계약의 효력상실 및 해약 등 상황이 발생했을때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반환해주는 금액을 말한다.
보험금 미납으로 생긴 효력상실환급금도 올해 7월 9634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전년 대비(7301억원) 32% 늘어났다. 효력상실환급금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보험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료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액을 뜻한다.
보험은 중도 해지 시 그간 납부했던 금액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보험계약 해지가 늘어나는 것은 가계 상황이 어려운 서민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험연구원의 '최근 보험계약 해지 특징' 보고서 분석 결과, 소비자들의 보험 계약 해지 주요 원인은 '납입 부담'과 '목돈 필요' 등이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납입 부담 보험계약 해지에는 연체 등 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증하듯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사례도 증가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3조2000억원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본인(가입자)이 가입한 보험을 유지하는 대신 환급금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보험계약대출은 내역 조회를 하지 않아 신용 점수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아 은행권 대출이 막힌 사람이 '급전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업계는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경제 불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보험계약 해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기 부진으로 금리와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보험 해지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계약 해지 시 납입했던 보험료만큼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