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조선·철강업계가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수익성 개선 시기를 맞추기 위해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부진한 업황 속 후판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0.6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조원이 넘는 한전의 대규모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전기로 사용 등으로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업계의 부담은 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h당 10원만 올라도 원가가 100억원 정도가 오른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10기의 전기로를 운영해 철강사 중 전기로 사용 비중이 가장 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부터 이달까지 ㎾h당 총 60.2원이 인상됐다. 따라서 철강사의 원가 상승분은 약 602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영향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최대 70% 감소했다. 올 3분기에도 45%가량 실적 감소를 기록했으며, 4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와 대립 중인 조선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앞서 조선 3사(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10년간의 불황기를 지나 올해 3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 상반기 후판 가격이 톤(t)당 90만원 중반까지 인상돼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후판은 선박에 사용되는 재료로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철강사들에게는 핵심 매출원으로 두 업계 수익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렇듯 두 업계 모두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한전 재무 위기를 대기업에 떠넘겨 산업계 회복에 훼방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따른다. 총선 전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설명이다.
이번 요금 인상에 따른 한전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약 4000억원으로 연간 기준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3년간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약 47조원으로 적자 해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