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업공개(IPO)와 매각의 기로에 선 11번가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당장 내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비용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5년내 IPO를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실적 악화, IPO 시장 침체 등으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과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실사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최근 협상이 결렬되는 등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오는 12월 8일까지 만 3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확정자는 4개월분 급여를 받아 다음 달 말 퇴직한다.
11번가 관계자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과 견고한 인적 구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오는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잡고 수익성 개선에 몰두해왔다.
11번가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6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증가했으며 영업손실은 910억원으로 14.1% 줄었다. 4분기에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달성과 함께 적자 감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군살 빼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장 해결해야 할 재무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SK스퀘어의 자회사인 11번가는 지난 2018년 5년내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기한 내 IPO가 무산되면서 투자금을 상환하거나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양측은 계약 당시 드래그 앤드 콜(Drag&call) 계약을 체결했다. IPO 무산 시 투자자들이 SK스퀘어가 가진 11번가 지분까지 모두 매각하는 ‘동반매동구권(드래그얼롱)’과 SK스퀘어가 투자받은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IPO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SK스퀘어는 큐텐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실사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양측은 지분 교환 비율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 80.3%의 가치를 1조494억원으로 책정했다.
11번가는 현재 투자금을 상환하거나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스퀘어는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콜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콜옵션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 이날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자칫하면 1조원짜리 자산을 ‘0원’으로 만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고 경영진 간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사 기한은 내달 4일까지로 시간이 많지 않다.
만약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면 공은 투자자들에게 넘어간다. 향후 투자자들이 SK스퀘어에 IPO 기한을 연장해 줄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