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이번 순방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답했다. 함께 귀국한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을 격려하듯 경 사장의 등을 여러 차례 두드리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ASML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진행된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업무협약(MOU)을 맺고 7억 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위한 극자외선(EUV) 공동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슈퍼 을(乙)'로 불리는 등 공급망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에 필요한 EUV 활용 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 사장은 "이제 삼성이 '하이뉴메리컬어퍼처(하이NA) EUV'에 대한 기술적인 우선권을 갖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에서 하이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ASML이 조만간 출하할 하이NA EUV 장비는 2나노 공정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경 사장은 "이번 협약은 경기 동탄시에 공동 연구소를 짓고 그곳에 하이 NA EUV를 들여와서 ASML과 삼성의 엔지니어들이 같이 기술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경 사장은 "장비를 빨리 들여온다는 관점보다는 공동 연구를 통해 삼성이 하이NA EUV를 더 잘 쓸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맺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EUV가 가장 중요한 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