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12일)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클린룸(청정공간)'을 방문해 신(新)노광 장비를 시찰했다. 이곳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가 제조되는 공간이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를 이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노광 장비 생산 기업이다.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갖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빛을 쏴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리는 데 사용된다. 7나노 이하 폭의 선으로 그리는 패턴 작업 공정에는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ASML이 윤 대통령과 이 회장, 최 회장에게 공개한 신장비는 내년 말께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EUV 장비 '하이뉴메리컬어퍼처(NA)'다. 하이NA는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2나노 개발까지 가능하게 한다. 2나노 파운드리 시장을 두고 대만 TSMC와 경쟁하는 삼성전자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최 회장의 시찰을 두고 일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메모리 시장에 집중하던 SK도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 들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SK는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ASML 일부 지분(0.4%)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가 보유한 ASML 지분도 없다.
물론 SK하이닉스도 지난 2021년부터 ASML과 협력은 지속해 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D램 제조 공정에 ASML의 EUV 장비를 적용 중이다. 지난 2021년 ASML과 4조7500억원 규모 EUV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당장은 차세대 EUV 장비가 필요 없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세대 EUV 장비가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ASML과 하이NA 공급 계약을 마쳤을 수도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최근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슬슬 파운드리 사업의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달 SK하이닉스에 편입된 국내 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가 특허청에 'SK키파운드리' 상표 출원을 마쳤다. SK키파운드리가 본격적으로 SK그룹 일원으로서 새 출발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내실 다지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다만 SK키파운드리가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전자·TSMC가 경쟁하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 분야와는 결이 다르다. SK키파운드리는 8인치 레거시 공정과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TSMC가 뛰어든 초미세 첨단 공정 사업인 12인치 파운드리와는 거리가 멀다. 반도체 불황기에 감산까지 강행한 SK하이닉스가 12인치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워낙 고비용 산업이다 보니 천문학적 투자 비용이 수반되기에 SK하이닉스가 첨단 파운드리까지 진출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자본적지출(CAPEX)을 전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상황 속에서 HBM이나 DDR5 같은 첨단 메모리 제품 위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