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제과업체 오리온이 항암제 회사 ‘레고켐바이오’를 인수, 글로벌 식품바이오 기업 도약을 가속화한다. 저출산으로 식품 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자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오 산업은 투자 비용이 조단위를 넘나들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식품기업이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식품과 바이오는 밸류 체인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이종(異種) 산업으로, 향후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오리온의 전략적인 투자와 혁신의 방향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15일 5500억원을 들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최대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2020년부터 바이오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대장암 해외진단키트개발과 결핵 백신, 잇몸 질환 예방 치약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이번 인수는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서 처음 단행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식품사업의 아쉬운 실적을 만회하면서 바이오 사업의 해외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레고켐바이오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세대 항암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수출 계약 액수만 약 8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2조2000억원의 기술이전 협약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레고켐바이오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리온의 손익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레고켐바이오의 경상적인 영업손실은 R&D 투자비 등에 기인해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레고켐바이오의 손익은 올해 2분기부터 오리온 전사 손익에 반영될 예정이다. 손익이 연결 회계 처리된다면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약 10% 이상 하향 조정되고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라는 이종 사업 투자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의심스럽고 이번 인수로 음식료 업체의 ‘실적 안정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 사업의 경우 통상 신약개발을 위해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장기간의 개발 과정을 거치고도 다수 임상을 통해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등 신약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55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레고캠바이오가 실제 신약 개발에 성공하려면 오랜 시간과 추가적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 인수는 장기적 관점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라며 “세계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탄탄한 바이오기업을 인수한 만큼 향후 오리온그룹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