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신규 고객 수는 애플페이 도입 직후인 3월 20만3000명을 찍은 뒤 하향세를 보였다. △4월 16만6000명 △5월 14만5000명 △6월 12만5000명 △7월 12만 명이었다. 8월에는 11만 명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애플페이 도입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간 수치다.
이와 함께 애플페이 효과는 이미 빛을 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여신금융포럼에서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현대카드)의 경우 신규고객 유입 효과가 약 4~5개월만 지속되는 등 간편결제 확대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간편결제 확대가 수익성에 연결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6억원 증가했지만 제휴사 지급 수수료 비용은 같은 기간 2074억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3~8월 22억7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손실을 기존 이용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 현대카드는 중국(0.03%), 이스라엘(0.05%)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높은 0.15%의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페이의 사용처는 편의점 등 소액결제 시장 위주로 형성돼있어 일반 신용카드에 비해 건당 결제 실적도 크지 않다.
따라서 애플페이 결제를 할 때마다 되레 손해를 보는 구조로 수익성 개선 효과도 약해 애플페이를 내세워 향후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문제로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하던 다른 카드사들은 조심스러워졌다. 전체 카드사가 고금리 여파에 따른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까지 부담하며 애플페이 제휴까지 나서기엔 무리인 것이다.
아울러 단말기 부족, 교통카드 기능 미도입 등 기술적인 인프라 구축마저 미비해 추진 속도는 더딘 모양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추가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입 시기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단계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