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와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벌인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대카드가 지난 3월 도입한 애플페이(Apple Pay)로 인한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쟁점이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카드가 0.15%나 되는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 애플과 애플페이 계약을 했다"며 "애플페이가 국내 신용카드 시장 10%를 차지하면 애플과 비자에 3417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추정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대카드 기존 고객에 이를 전가시키며 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어떤 부분에서라도 소비자 신뢰와 편익에 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무소속 양정숙 의원(비례대표)은 현대카드가 애플에 내는 수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며 애플이 시장 내 지위를 남용한다고 일갈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중국과 이스라엘의 애플페이 수수료는 각각 0.03%, 0.05% 수준이다.
양 의원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결제) 건당 0.15% 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세계 최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이에 김 대표는 "다른 나라의 (애플페이) 수수료를 잘 모른다"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했을 때 여러 나라의 케이스를 봤지만 우리나라 수수료가 특별히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플페이 수수료에) 대해서는 조금 더 파악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답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양 의원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 제시에도 불구하고 계약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대표는 "독점적 지위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각 나라별, 회사별 수수료 정책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특히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은 법인세 등 다른 사안에만 답변한 뒤 감사장을 떠났다.
이에 관련 카드업계 관계자는 구색만 맞춘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솔직히 현대카드를 왜 부른 것인지 모르겠다"며 "마치 앵무새처럼 너무나 뻔한 질의응답만 오갔다"고 말했다.
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아닌 김 대표가 증인으로 소환된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 도입 전부터 남다른 애플 사랑을 보여왔다. 또 애플페이 국내 출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성과 등을 알리는 등 홍보에도 열심이었기 때문에 애플페이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정 부회장의 소환이 당연히 예상돼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요 금융 회장들 소환이 어려워지자 현대카드에 집중 포화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고가 심각했던 금융사 회장들은 (증인 명단에서) 다 빠졌으면서 만만한 기업 대표만 부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앞서 은행권의 역대급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금융그룹 회장들이 국정감사에 줄줄이 소환될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이들 회장을 비롯 은행장들까지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서 모두 빠지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 회장들은 오는 15일까지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일제히 참석한다.
이에 국회 정무위는 오는 17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5대 시중은행을 포함 BNK경남은행과 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을 소환하기로 했다. 다만 답변이 불충분하면 27일 종합감사 때 CEO들도 추가 소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