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았던 SPC그룹이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무려 600억원대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행정력을 앞세운 공정위의 무리한 기업 손보기 관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홍성욱·황의동 부장판사)는 전날 SPC그룹 계열사 5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등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을 전액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SPC의 제빵 계열사들이 생산 계열사 제품을 구매할 때 삼립을 통하게 해 부당 지원한 행위,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에 양도한 행위 등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특히 SPC 그룹 차원에서 삼립에 ‘통행세’를 몰아줘 부당 지원했다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 재판부는 “거래에서 삼립의 실질적 역할이 없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만큼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와 삼립 간 밀가루 거래는 현저한 규모로 이뤄졌고, 이를 통해 삼립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이 제공됐다”며 이와 관련한 공정위 시정명령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가 이 부분과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은 여전히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밀가루의 ‘정상 가격’을 공정위가 잘못 계산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7월 SPC가 총수 일가의 개입 하에 2011년 4월∼2019년 4월 그룹 내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여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었다.
이후 공정위는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 황재복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SPC그룹은 같은해 11월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SPC 관계자는 선고 후 “사실관계가 규명되고 오해가 대부분 해소돼 다행”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후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