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시승기]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중년의 품으로 되돌아온 명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4-02-06 06:00:00

불혹 앞둔 그랜저, '성공의 상징' 명성 탈환

복고 바람 타고 곳곳에 '각그랜저' 흔적 담아

고급차 위협하는 안락함과 상품성 '인상적'

현대자동차 디 올 뉴 그랜저 옆모습사진성상영 기자
현대자동차 '디 올 뉴 그랜저' 옆모습[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광고 문구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 한 문장은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한때 성공의 상징으로 통한 것을 짧고 강렬하게 표현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광고의 주인공인 4세대 그랜저(TG)는 총 40만대가 팔리며 세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난 2022년 말 출시된 7세대 그랜저(GN7)는 과거 현대차 기함으로서 명성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차다. 이른바 '각그랜저'에 담긴 요소를 내·외관에 녹여내 당시를 추억하는 50대를 정조준했다. 1세대 모델이 처음 나온 1986년 당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가격으로 부자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심었다.

신형 그랜저는 정식 출시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새로 나온 차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옛 모습을 보는 듯하면서도 몇 년 뒤를 앞당겨 만난 것 같았다. 차체를 키우고 실내 고급감을 한결 높이면서 곧 불혹을 맞는 장수 모델로서 중후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달 19~22일 나흘간 약 500㎞에 걸쳐 중년의 품으로 되돌아온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를 타봤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안팎 곳곳서 '각그랜저' 추억 물씬…50대 '취향 저격'

그랜저는 1996년 상위 모델인 다이너스티가 나오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현대차 플래그십(기함) 세단 지위를 갖고 있었다. 이어 에쿠스, 아슬란 등이 출시되며 브랜드 최상위 모델로서 위치에서 오랜 기간 벗어나 있었다.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분리된 2015년 무렵 등장한 6세대(IG)에 들어서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명실상부 기함으로 복귀는 했지만 그랜저 IG는 이전보다 한두 세대 젊은 층을 겨냥하며 무게감은 떨어졌다. 2010년대 중후반 국내 완성차 시장 추세가 그랬다. 날렵하고 잘 달릴 듯하게, 젊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그려내며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른 3040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은 4050이 됐고 시장에는 복고 바람이 불었다.

신형 그랜저는 '헤리티지(유산)'를 강조하기 시작한 현대차의 전략에 딱 알맞은 차였다. 옆면을 보면 삼각형 오페라 글라스(일명 '쪽창')가 각그랜저 시절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사실 각그랜저는 30대 기자의 눈에는 다소 생경했지만 주력 판매 대상인 50대에게는 동경(憧憬)의 기억이 떠오를 법했다. 운전자와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곳인 스티어링휠 형상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시승 차량은 3.5ℓ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캘리그래피 트림(세부 모델) 풀옵션이었다. 외관은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19인치 휠에서 하위 등급과의 차이점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디테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면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기함으로서 위용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실내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앞좌석은 최근 현대차 차량처럼 디지털 계기반과 우측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나로 이은 듯한 모습이다. 신형 그랜저는 이 점을 좀 더 부각했다. 대시보드 전면 유광 패널이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끝나지 않고 오른쪽 도어 끝까지 뻗으며 더 묵직한 인상을 줬다.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캘리그래피'라고 적힌 영문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조장치 조작부는 제네시스 G90과 비슷한 완전 터치스크린 방식인데 각 지점을 누를 때마다 햅틱(진동) 반응을 통해 버튼 방식과 이질감을 줄였다.

뒷좌석으로 오면 중장년의 감성이 더욱 짙어졌다. 앞뒤 좌석 간격과 착좌감, 암레스트(팔걸이) 쪽 공조·미디어 조작 버튼 등이 중형 세단과 급이 달랐다. 탑승객이 얼마나 답답하지 않고 편하게 차량에 머무를 수 있는지를 집중해서 보면 옛 명성이 피부에 와닿았다. 이번 세대에서 부활한 뒷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리클라이닝) 기능은 좀 더 뒤로 젖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눈을 붙이기에는 괜찮았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3.5 가솔린 엔진, 출력 '넉넉'…변속기 덕에 효율성 높여

신형 그랜저는 파워트레인(구동계)도 한 단계 발전했다. 엔진 크기를 줄여 효율성을 꾀하는 다운사이징이 추세지만 터보차저(과급기)를 탑재하지 않은 2.5ℓ와 3.5ℓ 두 가지 배기량 엔진으로 정숙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살렸다.

두 엔진은 각각 최고출력이 198마력, 300마력으로 고속에서도 부담없는 주행을 선호한다면 높은 배기량을 선택하는 게 낫다. 3.5 가솔린 모델은 출발 가속이 묵직하면서도 속력은 빠르게 붙었다. 고를 수 있는 옵션에서도 둘은 차이가 있어 예산이 충분하다면 3.5 가솔린에 캘리그래피 트림을 생각해볼 법하다.

크게 바뀐 점은 변속기다. 이전과 같이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지만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 주행 모드를 연비 위주인 에코(eco)로 선택하면 탄력 주행을 할 때 자동으로 변속기가 중립(N)이 된다. 즉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동력을 차단해줌으로써 연비를 높인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또한 엔진과의 직결감이 강화됐다. 일반 자동변속기가 매끄러운 변속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신형 그랜저 변속기는 엔진과 곧바로 맞물린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동력 손실이 적고 연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변속 충격까진 아니지만 '변속이 되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각이 전달됐다. 이는 코나, 쏘나타 등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다른 차량도 비슷하다.

효율성에 중점을 둔 덕분인지 3.5ℓ 엔진임을 고려하면 실제 주행에서 평균 연비가 11㎞/ℓ 안팎은 나왔다. 시내 도로 비중이 작지 않고 정체 구간을 여럿 지난 것치곤 양호한 수준이다.

진동 면에서도 확실히 고급차 반열에 올라온 듯했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푹신하지만 바퀴가 단단히 받쳐줘야 할 땐 조금 더 조여줬다. 그랜저는 익스클루시브 트림부터 차량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감쇄력을 조정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다. 소음은 차량 등급에 걸맞게 100㎞/h 이상에서도 잘 정제됐다.

현대차 세단 중 최상위이자 주력 차종답게 다양한 모델로 판매된다. 신형 그랜저는 2.5ℓ와 3.5ℓ 가솔린 이외에도 3.5ℓ 액화석유가스(LPG), 1.6ℓ 가솔린 하이브리도 갖췄다. 가격도 고급차 뺨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가격은 3.5 가솔린 기준 △프리미엄 3990만원 △익스클루시브 4480만원 △캘리그래피 488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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