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실태'를 조사해 2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 중 내부 유보자금(63%)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같은 응답은 2022년 8월 비슷한 조사에서 27.9%에 불과했지만 2년새 2배 넘게 비율이 올라갔다. 반면 금융권 차입을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은 기업은 같은 기간 48.2%에서 33.7%로 줄었다. 직접금융시장(채권·주식 발행)과 금융권 차입을 합친 외부 조달 비율은 69.5%에서 절반 수준인 36.0%로 급감했다.
앞선 조사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돼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이 표본인 이번 조사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부 자금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업이 많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고금리 대출에 대해 이자 또는 원금을 상환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3.3%에 달했다. 올해 안에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기업도 19.3%나 됐다. 기업 4곳 중 3곳이 고금리 대출 상환 청구서를 받게 되는 셈이다.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대출을 줄이는 현상도 관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대출 규모 증감액은 2022년 6월 103조원에서 지난해 1월 99조원, 올해 1월 76조원으로 감소했다. 기업 대출 증가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까지 늘어났다"며 "기업들은 신규 투자나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하고, 운영 자금 조달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국면 해소와 관련한 전망은 엇갈렸다. 조사 대상 기업 중 38.3%는 올해 하반기까지 고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 상반기라고 답한 기업은 25.3%였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금리가 내려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본 기업도 20.7%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