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를 비롯한 9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6.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0.9%)보다 5.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가운데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의 약 85%를 차지하는 상위 4개 사의 손해율은 82.5%로 전년 동기(79.75%) 대비 2.75%포인트 올랐다.
중·소형사들도 손해율이 악화된 것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흥국화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92.7%로 전년(82.7%)보다 10%포인트 뛰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사고가 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적정 손해율을 80% 초반대(78~82%)까지로 보고 있다.
지난해 70% 후반에서 80%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손해율이 올해 1월 급격히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는 교통량 증가와 한파로 인한 폭설 등이 꼽힌다.
한국도로공사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2억5222만7000대로 지난해 1월(2억596만9000대)보다 22.5% 급증했다. 또 폭설로 인한 도로 결빙 때문에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전체 사고 중 76%가 12~1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요 손보사 중심으로 이달 각 사 책임개시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면서 향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책임개시일은 보험 계약 이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책임이 시작되는 날을 말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작년과 작년에 자동차보험료를 내린 데 이어 올해도 상생 일환으로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며 "손해율이 악화된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분까지 반영되면 적자 폭이 커질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료 부담 완화를 골자로 지난해 보험업권 상생 금융을 추진했다. 보험업계는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조정했다.
보험사별로는 메리츠화재가 3%를 내리면서 인하 폭이 가장 컸다. 그밖에 △삼성화재 2.8% △KB손보 2.6% △현대해상·DB손보 2.5% △한화손보 2.5% △롯데손보 2.4% 등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10조6385억원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2.5%대로 인하할 경우 3000억~5000억원 정도의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한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소유자라면 매년 만기 전 재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만약 재가입하지 않아 미가입 기간이 발생하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자가용 자동차는 최대 90만원, 영업용 자동차는 최대 23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