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LG화학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3조4450억원이 몰렸다고 밝혔다. 예상을 넘는 시장 반응에 기존 계획 대비 2배 늘린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의 회사채 흥행이 특이한 이유는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는 점에 있다. 매년 1조원 안팎의 회사채를 발행해 왔으나 지난해엔 8000억원으로 규모를 다소 축소했다. 석화 불황으로 실적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경쟁사 신용등급이 하향되고 회사채 발행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이뤄진 흥행이라 건재함이 더욱 빛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신용등급이 AA로 하향된 이후 수요 위축을 우려해 발행 규모를 2500억원에서 1500억원 규모로 축소했다.
신용평가 기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은 2009년부터 AA+ 등급을 유지 중인 상태다. 우량 등급의 배경으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꼽힌다. 석화 연장선에 있는 지속 가능 소재 사업부터 배터리 소재와 제약에 이르는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전체 매출 26조6000억원 중 석화 매출이 17조8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러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석화에서 영업적자 1430억원을 봤지만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첨단소재는 영업이익 5850억원을 남겼다.
당뇨 치료제와 신장암 치료제 등을 만드는 생명과학의 실적도 크게 올랐다. 생명과학은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2022년) 대비 33.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다소 축소된 290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 성장세가 높아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사채의 사용 계획에 대해서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사용처 별로 정확한 금액이 정해지진 않았다"며 "일부는 만기 채권 상환에 사용하고 대부분 3대 신사업인 지속 가능 소재, 배터리 소재, 제약 분야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흥행에 대해선 "업계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긴 한데 그래도 다른 업체들보단 사업이 다각화돼 있다 보니 흥행이 이뤄진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