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절판 마케팅은 여전히 극성이다. 새 상품이 출시되면서 보장 경쟁에 불이 붙으면 금융당국이 제재하고, 상품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설계사들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라 강조하면서 가입을 꾀한다.
마지막이란 말에 왠지 모를 다급함이 든 고객은 우르르 모여들고, 이게 또 장사가 되니 절판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문제는 충분한 상품 설명이 없는 불완전 판매가 늘면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되돌아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절판 마케팅은 업계의 자성도 필요하지만 사실상 이를 부추긴 건 금융당국이기도 하다. 상품 경쟁이 과열되면 그때만 개입하는 땜질 처방식 규제로 덮어버린 결과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에 칼을 빼 들었다. 생명보험사들이 너도나도 높은 환급률을 내세워 판매하자 5·7년 시점 환급률을 100%가 넘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자 보험사들은 환급 시점을 10년으로 조정해 130% 이상 더 높은 환급률로 돌려준다며 우회 판매에 나섰다. 업계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일괄적으로 비율만 맞추게 한 규제가 결국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단기납 종신을 놓고 벌어질 경쟁은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됐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에서는 종신보험에 해당하는 보장성보험 계약이 많을수록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 당연히 보험사 입장에선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상품보다 단기납 종신 판매에 혈안이 된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이 실제 환급률 조정에 나설 때마다 법인보험대리점(GA)의 월 매출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금감원이 판매 과정 점검에 착수했던 지난달 생보사 GA채널 매출액 합산은 82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43억원)보다 3.4배 급증한 규모다.
이런 게 단기납 종신뿐일까. 최근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 한도가 60만원까지 치솟자, 금감원은 이번엔 손해보험사들에 경쟁 자제를 주문했다. 입원비 보장 금액이 올라가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유발하고 손해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역시나 현장에선 절판 마케팅이 더 활발해졌다. 심지어 1인실 뿐만 아니라 다인실로도 확대해 하루 최대 50만원 보장하는 상품을 딱 2주가량만 팔겠다고 나선 곳도 있었다. 자체 판매 기간까지 정해두고 이른바 '떴다방' 영업을 한 것이다.
일각에선 보험사 매출 상승 1등 공신은 금감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경쟁 과열을 막으려는 게 금감원의 '진심'이라면 상품마다 임시변통으로 고칠 게 아니라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