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이달 1일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사업 기간은 오는 5월 31일까지로 지역은 제주로 국한된다. 이 기간에는 실제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
입찰 시범 사업은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력 시장에서 입찰 거래하는 게 골자다. 1메가와트(㎿) 초과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발전량 예측과 가격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업 참여 발전기 규모는 단독·집합형을 합쳐 총 17대로 설비 용량은 383㎿ 규모다.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력 시장에 편입시키려는 이유는 전력망 관리 효율화에 있다. 재생에너지 특성상 공급량이 일정치 않아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전력망 안정성을 위해 출력 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시범 사업의 무대로 선정된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다. 2021년 기준 제주도 발전 설비 용량의 40%, 발전량의 18%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한다. 때문에 출력 제한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제주도의 풍력 발전 출력 제한이 2015년 3회에서 2020년 77회까지 늘어났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전력망 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진 출력 제한의 순서라던가 기준이 명확지 않았는데 시장을 통해 결정하게 되면 입찰 가격에 따라 순위를 정할 수 있다"며 "전력 계통의 안정성이나 전력 시장의 효율화를 위해선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업 원안에선 2023년 10월에 시작이 목표였지만 사업자들이 입찰 경쟁에 따른 수익 감소를 염려해 계획이 수차례 연기됐다.
사업자 반발에 대해 이 연구원은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봄·가을철엔 계통한계가격(SMP)이 제로나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기존엔 SMP에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까지 받았지만 입찰로 가격을 정하면 수익이 줄어드니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가상발전소(VPP)도 이번 시범 사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VPP는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 소규모 에너지원을 통합해 하나의 대규모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발전기 17대 중 10대가 VPP로 이뤄졌다.
국내에선 LS일렉트릭, SK에코플랜트, SK E&S, 한화솔루션 등이 사업을 진행·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개별적 계약을 맺고 전력을 판매하기엔 신뢰성이나 전력망 안정성이 불안한 실정"이라며 "VPP는 일종의 농작물 도매 계약처럼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