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도네시아가 KF-21 공동 개발 분담금 완납 시기를 8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1월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 2명이 이동식 저장장치(USB)로 KF-21 관련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분담금 미지급 액수가 상당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의 행패만 드러나는 실정이다.
KF-21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산물이다. 약 8조8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부담을 완화하고 수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계약 당시 개발비의 20%(약 1조7600억원) 분담을 약속하며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미지급한 분담금 액수는 약 1조원에 이른다. 2026년까지 완납을 약속했지만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심지어 2021년엔 분담금을 팜유 등 현물로 지급할 수도 있다는 논의까지 나왔다.
방위사업청 등 정부에선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긴 어렵지만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지부진한 인도네시아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대규모 K-방산 수출에 성공한 폴란드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자는 얘기마저 나온다.
답답해 보이는 정부 입장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규모의 경제'다. 제품의 생산 수량과 가격은 반비례하게 움직인다. 2026년 KF-21 개발이 완료되면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제공 받고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KF-21은 한국 공군의 초도 물량 도입분(40여대)을 합쳐 개발 직후 90여대가 생산된다. 생산 노하우부터 정비·부품 소요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포트폴리오 확보다. 수출 사례는 단순히 규모의 경제로 가격을 낮추는 것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T-50 골든이글'과 이를 기반으로 한 'FA-50'의 경우 인도네시아 수출 사례를 필두로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고 이어 폴란드 수출까지 성공했다.
실전 경험 가능성도 중요하다. 물리적 분쟁 지역과 거리가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국내에 도입되는 KF-21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서파푸아주에서 수십 년 간 분쟁을 겪고 있다. 일례로 FA-50이 필리핀 민다나오섬 분쟁에서 활약하자 필리핀 공군이 만족감을 보이고 추가 도입까지 타진한 사례가 있다.
한편 세계 전투기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크게 재편되는 추세다. 기존엔 미국과 러시아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으나 미국은 판매 조건이 까다로운 'F-35 라이트닝 II'에 집중하고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사이엔 좋은 성능에도 기존 전투기와의 공조가 어렵다는 점에서 홀대 받던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100대 가까이 팔리며 시장의 빈틈을 증명하기도 했다. KF-21도 세계 시장으로 도전할 환경이 조성된 만큼 참신한 수출 사례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