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기기 대표 3사 모두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LS일렉트릭 매출은 전년(2022년) 대비 8534억원(25.2%) 늘어난 4조230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 2조7028억원,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를 담당하는 중공업 부문에서 2조5763억원을 벌어들였다. 3사 모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최소한 20% 이상 늘어났다.
전력기기 매출은 전력 사용량과 비례하게 움직인다. 신규 전력망 설치와 송배전 효율화 과정에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에너지 소비와 설비 투자가 늘어남으로 전체 전력 사용량은 증가하고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전력기기 시장 호황의 배경에는 미국의 '나 홀로 성장'이 있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기준 연간 성장률은 2.5%였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은 0.3% 역성장했고 중국은 2022년 저성장(3%)에 따른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5.2% 성장하며 경기 둔화세를 보여줬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필두로 강력한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친 영향도 있다. 삼성전자, 인텔, TSMC,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장의 경우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데 지난해엔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현대제철보다 전력을 2배 이상 사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호황기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3.9%에서 4분기 3.3%로 낮아졌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선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을 각각 2.1%, 1.7%로 예측했다. 경기가 연착륙하며 둔화세를 탈 수 있단 소리다.
전력기기 3사의 지난해 수출 비중은 HD현대일렉트릭 66.3%, 효성중공업 55.6%, LS일렉트릭 47.8%였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1062억원 규모의 배전용 변압기 계약과 2136억원 규모의 전력 변압기 계약을 따내며 매출을 크게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대규모 매출을 내는 기업은 독일 지멘스나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초거대 기업 정도"라며 "전력기기의 경우 현지 업체들의 역량이 높기 때문에 수출을 지속해서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시황이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 수출 비중과 민간 구매 비중이 큰 업체부터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