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3월 6일(이하 현지시간) 상장사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장사들은 2026년(2025년 회계연도 연간보고서 기준)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해야 된다.
미국보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기후’ 분야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한 일본은 2025년 3월까지 표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관련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EU는 2022년 11월에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마련하고 2025년부터 관련 공시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이 지난 18일 공개한 '국내외 기후리스크 공시 기준 도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 SEC 결정에 따라 미국 상장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물론 기후 리스크 대응과 관련한 기업전략, 위험관리, 목표 등 정보를 보고서로 공시해야 한다. 온실가스의 경우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배출기준 : 스코프 1)는 물론 사업을 위해 구입한 에너지로부터 간접 배출한 온실가스(스코프 2)도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EU 기업들의 경우 탄소배출량과 오염관리 목표, 물 소비 현황, 기후리스크 대응 전략 등 ESG 측면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며 EU 경우 기업이 자신의 상품을 사용한 고객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도 보고(스코프3)하게 하는 등 미국보다 더 강한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선진국들의 정책에 따라 미국에 상장된 13개의 국내기업과 EU 공급망에 속한 국내 수출 대중소기업 1만9337개 등 총 1만9350개의 한국 기업의 기후변화 공시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경우 금융위원회가 당초 2025년부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춰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공시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상장사부터 적용하고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한은 보고서도 “EU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2026년 공시 시행 시점에 맞춰 투자자들에게 공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5년부터 내부 공시 준비를 완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 일정대로라면 올해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도 2022년 12월 기후리스크 관리지침을 마련해 은행, 보험사 등 국내 금융회사가 기후리스크 관리 현황과 기후리스크의 잠재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시지표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트라(KOTRA) 해외뉴스 미국 달라스무역관에 따르면 당초 SEC 초안은 기업들로 하여금 제품 생산 중 △직접 배출(스코프 1)했거나 △기업이 사용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간접적으로 배출(스코프 2)한 온실가스뿐 아니라 △판매-운송-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3)에 대한 정보를 모두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배출량 계산을 위한 획일화된 기준 마련이 어려울 뿐더러 일부 기업들의 경우 스코프 3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90%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이미 스코프3 공시가 의무화된 EU에 이어 미국까지 스코프3 해당 기업까지 공시가 의무화된다면 우리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기후리스크 공시규제 강화는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거나 상장한 국내 대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중소기업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해외뉴스 달라스무역관 역시 ”비록 최종 승인된 규정에서 삭제되긴 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스코프3 범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로 환경 요소가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 또한 신속히 대응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