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 수출 기업 20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EU의 주요 ESG 수출 규제에 대한 기업 인식 정도는 100점 만점에 42점에 그쳤다. 대응은 이보다 더 낮은 34점에 불과해 낙제 수준이었다. EU가 도입을 예고하거나 준비 중인 ESG 수출 규제 6가지와 관련해 각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한 결과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ESG 수출 규제에 대한 인식 정도는 대기업 55점, 중소기업 40점으로 차이가 있었다. 대응 수준도 대기업 43점, 중소기업 31점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ESG 수출 규제에 문외한이거나 대응 노력이 부족했다.
EU가 내세우는 수출 규제는 △탄소국경 조정제도(CBAM)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지침(EU CSDDD)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과 공시 기준(EU CSRD) △배터리 규제 △친환경 디자인 규정(ESPR) △포장재법(PPWR) 등이다.
오는 2026년 1월부터 탄소국경 조정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석유·화학, 플라스틱도 적용을 받는다. 탄소 감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EU 역내 판매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경쟁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23.9%)와 포장재법(12.2%)도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규제다.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는 기업 경영 활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기업 스스로 예방·완화하고 정보까지 공개토록 한 규제다. 또한 포장재법에 따르면 2030년까지 모든 포장에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써야 하고 최하 등급을 받은 제품은 아예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기업들은 ESG 수출 규제와 관련한 어려움으로 시설 교체와 시스템 구축 비용(5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애당초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37.6%)라는 의견도 많았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규제 대응 계획과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교육, 가이드라인 제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EU를 중심으로 ESG 수출 규제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