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데스크칼럼]마지막 멸종위기종은 인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논설위원
2024-04-03 16:29:35
사진박경아
 
[이코노믹데일리] '호로록!’ 생명체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끝 없는 사막에서 갑자기 톡 튀어나온 귀여운 생명체. 동그란 까만 눈을 가진 토끼 같은 얼굴로, 널찍한 둥근 귀에서 흘러나온 땀방울을 단숨에 마시며 생존해가는 아라키스 행성의 모래 쥐. 끝없이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모래언덕,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혼돈의 모래폭풍, 때때로 잔잔한 떨림이 물결처럼 번지던 아라키스 행성의 끝없는 사막은 역(逆)으로 바다에 대한 비유였다. 고요함과 폭풍 같은 힘, 거대한 모래 벌레의 위협이 공존하는 장엄한 사막은 SF영화 ‘듄(DUNE)’의 서사를 한층 더 극적이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이을 역작으로 평가 받는 ‘듄’의 묵직함 속에서 잠시나마 가벼운 미소를 짓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사막의 작은 쥐 무앗딥이다. 10191년이란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우주 대서사시 ‘듄’에 등장한 무앗딥은 오늘날 남아프리카 케냐의 건조지대에 사는 날쥐, 북아프리카‧중동 사막지역에 사는 이집트뛰는쥐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실제 머나먼 미래에도 이 귀여운 생명체들이 생존할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은 이번 주가 환경부가 선정한 '멸종위기종의 날'(4월 1일)에 이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주간’(2~9일)이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의 날은 2021년 처음 선포돼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이날은 1987년 '환경보전법'에 따라 '특정 야생 동·식물'을 지정해 고시하면서 멸종위기종 보호에 첫발을 디딘 날을 기념했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선정해 홍보하기로 했다. 첫 번째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무앗딥과 비슷한 귀여운 생김새의 하늘다람쥐다. 하늘다람쥐는 섬을 제외한 전국 산지에 살며 산림 생태계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으로, 무분별한 벌채가 이뤄지면서 개체 수가 줄어 1998년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 명단에 올라갔다.

되돌아보면 어린 시절 동화책이나 교과서에 등장하던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의 길을 걸었거나 멸종위기종 명단에 올라 있다. 2018년 개원한 국립생태원멸종위기복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종류는 1989년 92개종에서 2017년 267개종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무분별한 생태계 훼손으로 멸종위기종이 급격히 늘어나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지금도 하루 평균 150~200개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서식지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오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생물종의 15~37%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15년 전 세계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의 1.5도 이하로 억제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확정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40년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재앙을 막으려면 현재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해지고, 유럽 국가들간에도 경기 불황으로 탄소저감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불황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금지와 같은 친환경‧탄소저감 정책 시행이 연기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생물종의 37%까지 멸종될 것이라는 2050년, 인류도 멸종위기종 명단에 오르게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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