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입협회(KOIMA) 국제원자재가격정보는 현물 기준으로 나프타가 톤(t)당 707달러에 거래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t당 628달러에 비해 79달러(12.5%) 오른 가격이다.
납사라고도 불리는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하면 나오는 탄소 화합물이다. 플라스틱 등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의 원재료이기 때문에 석화업계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나프타의 가격이 오를 수록 제품의 마진은 줄어드는 구조다.
최근 나프타 가격이 오름세에 있는 원인으로 고유가가 지목됐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선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배럴(159리터) 당 79달러였던 국제 유가가 이달 16일 90달러까지 치솟았다.
석화 업황이 2년 가까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까지 오르자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낮은 기초 소재 분야에서 구조조정 현실화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기초소재의 설비 가동률은 상당히 낮아졌다. 가동률이 낮다는 의미는 제품을 만들어도 남는 게 없거나 오히려 적자가 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G화학의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 가동률은 75.9%다. 2021년 91.9%에 비해 16%포인트 줄었다. 롯데케미칼도 2021년 80%대였던 설비 가동률이 7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설비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 LG화학은 지난해 중순부터 '여수 NCC 2공장'의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업계 2위인 롯데케미칼도 지난달 말레이시아 대형 석화 업체인 LC타이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다만 양사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달 3일 정부에선 석화업계 부진에 대응할 카드로 나프타 면세 조치 연장과 산업·학계 협의체 구성 등을 꺼내 들었다. 정부가 개입해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교통 정리를 하고 싶어도 설비를 먼저 폐기하는 업체가 불리하기 때문에 독과점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대형 석화 업체만 6개인 상황에서 묵시적 합의도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