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관리의 삼성'도 어쩌지 못한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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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2024-04-18 09:41:54

무노조 경영 80년, 서투른 노사관계

사진성상영 기자
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이 3대를 이어온 전통이 있다면 '인재 제일'이다. 이는 인재를 내부에서 키워내는 삼성 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었다. 1989년 국내 기업 최초로 사내 대학을 설립했고, 필요할 때마다 '집체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직무 지식과 어학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사내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이들은 삼성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때마다 특공대 역할을 해냈다.

지금도 삼성은 사내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 주재원을 뽑을 때나 특정 사안이 있을 때, 아니면 일정 시기가 되면 강좌가 열린다. 교육을 다녀온 삼성 직원들은 하나 같이 "힘들었지만, 하니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교육 방식은 삼성이니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 시절인 2020년 5월 소위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을 한 뒤로 삼성의 기질은 다시 한 번 발동됐다. 계열사에서 기다렸다는 듯 노조가 들어서면서 삼성상회 창립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관계'라는 게 생기자 삼성은 인사 담당 직원에게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하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일류기업 삼성을 만든 인재 양성 방식도 차마 봇물처럼 터지는 노조 문제를 막지는 못하는 듯하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쟁의행위를 벌였다.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합의한 임금 인상률(5.1%)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이유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지극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건 따로 있다. 노사 모두 대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서툴러 보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노조의 쟁의행위 동력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 직원이 가진 불만이다. 이들은 지난해 15조원이나 되는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달라고 한다. 노조는 합리적 근거 없이 요구만 하는 서투름을 보였다.

회사는 곤란하기만 하다. 요구를 들어주자니 훗날 다른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이다. 노조 불만을 잠재우긴 해야겠는데 지금으로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교섭 과정부터 조금 더 능숙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리의 삼성'이라지만 다른 기업이 수 십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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